한일 관계, ‘파트너십 선언 2.0’으로 새로운 장 열린다

한일 정상회담에서 17년 만에 발표된 합의문은 앞으로 두 나라 관계의 나아갈 방향을 명확히 보여준다. 이는 과거 김대중 대통령과 오부치 게이조 총리가 1998년에 발표했던 ’21세기 새로운 한일 파트너십’을 잇는 ‘한일 파트너십 선언 2.0’의 초안이라고 할 수 있다. 이제 한일 양국은 더욱 긴밀한 협력을 통해 다양한 분야에서 실질적인 혜택을 얻게 될 것으로 기대된다.

가장 주목할 만한 변화는 정상 간 셔틀 외교의 복원과 대화 채널 활성화다. 이를 통해 두 나라 간의 소통이 더욱 원활해질 것이며, 이는 앞으로 발생할 수 있는 다양한 문제에 대한 신속하고 효과적인 해결책 마련으로 이어질 것이다. 또한, 워킹홀리데이 프로그램 확대는 젊은 세대 간의 교류를 촉진하여 상호 이해를 높이고 미래를 함께 만들어가는 중요한 발판이 될 것이다.

이번 합의는 사회 및 경제 정책 분야에서의 협력 틀 수립 또한 포함하고 있어, 양국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실질적인 경제적 이익 증진으로 이어질 수 있다. 북한 및 안보 문제에 대한 공조 강화는 한반도와 동북아 지역의 평화와 안정에 기여하며, 국제 무대에서의 긴밀한 협력은 양국이 글로벌 이슈에 보다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힘을 실어줄 것이다.

이번 정상회담은 이재명 대통령이 미국 방문 직전 일본을 먼저 방문하는 전략적 선택을 통해 한국의 대미 협상력을 끌어올리는 지렛대 역할을 톡톡히 했다. 특히, 미국이 중국과의 패권 경쟁 속에서 한미일 공조를 중시하는 상황에서 한국이 주도적으로 일본과의 협력 체제를 구축한 것은 대미 협상력을 높이는 데 크게 기여했다고 평가된다. 실제 한미 정상회담에서도 이재명 대통령의 일본 방문 성과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이 긍정적인 평가를 내리며 한일 협력이 미국의 동아시아 전략의 토대임을 시사하는 발언을 했다.

또한, 이번 회담은 이재명 대통령이 반일·친중 성향을 지니고 있다는 일부의 의심과 오해를 불식시키고, 실용 외교의 진면목을 보여주는 계기가 되었다. 이 대통령이 위안부 합의와 징용 합의 등 과거 국가 간 약속을 이행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것은 한일 관계의 신뢰와 안정에 크게 기여한 것으로 평가된다.

이번 한일 정상회담은 ‘한일수교 60주년’이라는 역사적인 해를 맞아 양자 관계 발전뿐만 아니라 글로벌 질서 변화에 걸맞은 새로운 대일 관계 설정의 청사진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이시바 총리의 일본 국내 정치 상황을 고려할 때 매우 시의적절한 만남이었으며, 역사 문제에 대한 공감대를 바탕으로 상생 협력의 방안을 모색할 수 있었다.

이번 정상회담은 한국이 주도권을 잡고 셔틀 외교를 복원함으로써 지속 가능한 한일 관계를 만들어가는 데 크게 기여했다. 지정학적 위기와 미·중 패권 갈등 속에서 공통의 고민을 안고 있는 한일이 전략적 협력을 추구하는 것은 당연한 선택이며, 이번 만남은 이재명 정부가 표방하는 실용 외교를 실제 행동으로 옮기는 중요한 계기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