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무역 협상 타결, 15% 관세 혜택과 함께 더 큰 변화 예고

이번 한미 무역 협상 타결로 우리나라는 일본, EU 등 주요 동맹 제조국과 동일하게 상호관세 및 자동차 품목에 대해 15%의 관세 혜택을 얻게 되었다. 이는 단순히 관세 부담을 줄이는 것을 넘어, 앞으로 우리 경제와 안보에 미칠 복합적인 함의를 담고 있어 더욱 주목할 필요가 있다. 특히 이번 협상에서 우리나라의 조선 협력을 협상 레버리지로 활용한 점이 주효했으며, 경쟁국 대비 이익이 크지 않은 국내 농축산물 시장의 추가 개방을 막아낸 점도 긍정적으로 평가된다.

이번 협상의 결과를 좀 더 깊이 이해하기 위해 세 가지 평가 기준을 살펴볼 수 있다. 첫째는 기존 한미 FTA 체제와 비교하는 시간축에서의 절대 평가다. 이 기준에 따르면, 상호관세 및 자동차 품목관세 15%라는 결과는 이전 FTA 체제에 비해 우리에게 불리한 측면이 있다. 또한, 이번 합의가 국제법적 구속력이 없는 비망록 형태로 남겨진 점은 향후 발생할 수 있는 불확실성을 키우는 요인이 될 수 있다. 양국 정상회담에서 비관세 장벽 완화, 방위비 분담금 증액 등 추가적인 요구가 있을 수 있다는 점도 유념해야 한다.

둘째는 동시대의 다른 국가들과 비교하는 공간축에서의 상대 평가다. 미국은 한국뿐만 아니라 일본, EU 등 다른 핵심 동맹국들과도 유사한 조건으로 협상을 진행했다. 이러한 측면에서 한국은 일본, EU와 동일한 15%의 상호관세 및 자동차 품목관세 혜택을 얻었다는 점에서 경쟁국과 대등한 위치를 확보했다고 볼 수 있다. 특히 미국이 절실히 필요로 하는 조선 협력을 협상 카드로 활용한 것이 효과를 발휘했다. 또한, 국내 농축산물 시장의 추가 개방을 막아내면서 경쟁국에 비해 더 큰 피해를 입지 않았다는 점은 다행스러운 부분이다.

셋째는 트럼프 대통령의 시점에서 이번 협상을 바라보는 평가다. 트럼프 대통령에게 이번 합의는 약 40년간 이어온 자유무역 비판의 연장선상에 있으며, 미국의 경제안보 동맹을 재편하려는 구상의 일환으로 볼 수 있다. 미국은 한국을 포함한 일본, EU를 ‘15% 클럽’에 가입시키고, 베트남, 대만, 인도 등을 추가하며, 북미 국가들을 ‘북미 요새론’으로 편입시키는 등 미중 패권 경쟁 체제 속에서 동맹국들을 재편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는 장기적으로 동맹국들의 불만을 야기하고 미국의 고립을 심화시킬 위험성도 내포하고 있다.

이번 한미 무역 협상 타결은 한미 관계뿐만 아니라 세계 질서에도 중요한 변곡점이 될 수 있다. 미국은 여전히 강력한 패권국으로서의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으며, 한국은 조선, 반도체 등 미국의 요구에 부응할 수 있는 동맹국으로서 ‘15% 클럽’의 일원이 되었다. 이러한 현실 속에서 한국은 미국의 추가 요구를 최소화하고, 합의의 불확실성을 줄이는 데 힘써야 한다.

중장기적으로는 미국 동향에 대한 면밀한 대응 전략 수립이 시급하다. 관세 부과로 인한 물가 상승이 현실화될 경우, 이에 대한 대비가 필요하며, FTA에 따른 경쟁 우위를 상실한 산업에 대한 다각적인 지원 방안도 마련해야 한다. 또한, ‘국제긴급경제권한법(IEEPA)’의 운명에 주목하며, 위헌 판결 시 환급이나 재협상 가능성에 대비해야 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장기적인 전략이다. 한국의 ‘15% 클럽’ 가입은 향후 대중 제조 경쟁력 확보를 위한 방파제 역할을 할 것이기에 필수적인 선택이었다. 하지만 이로 인해 미국은 안보 비용 분담, 주한미군 및 한국군의 역할 변경 등 ‘공정한 비용 분담’을 압박할 것이다. 따라서 한국은 경제안보 전략을 수립하고 예측 불가능한 한미 관계에 능동적으로 대응해야 한다. 핵심 제조업의 과도한 대미 투자가 국내 산업 공동화를 초래하지 않도록, AI, ICT, 그린 기술과 접목한 국내 제조 혁신 생태계 구축에 사활을 걸어야 한다. 또한, 수출 시장 다각화와 더불어 건실한 내수 진작 및 남북 경제 협력을 통한 내수 시장 확대도 필수적이다.

‘15% 클럽’ 내에서는 강대국에 대한 전략적 자율성 확보를 위한 경제안보 협력이 필요하며, ‘15% 클럽’ 밖에서는 규범 기반 다자무역질서 복원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 포용적 자유무역 질서를 지향하며, 한국 경제안보 전략의 추진 체계를 강화하여 정부, 산업계, 시민사회가 총력 대응해야 할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