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2월 19일

‘평화 정착’으로 누리는 일상 안전과 경제 발전, 이제 더 쉬워진다

대한민국이 복합 위기를 넘어 다시 도약하기 위해서는 국내적으로 민주주의 회복력을 키우고, 남북 관계에서는 평화를 정착시키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며, 외교적으로는 유연한 실용 외교가 필요하다. 특히 남북 관계에서 평화가 정착되면 우리의 일상은 더욱 안전해지고 경제 발전의 튼튼한 토대가 마련된다.

**평화, 안전한 일상의 시작이자 경제 발전의 필수조건**

이재명 대통령은 광복절 경축사에서 “평화는 안전한 일상의 기본이고, 민주주의의 토대며, 경제발전의 필수조건”임을 분명히 했다. 독재가 전쟁을 출구로 삼았던 역사와 달리, 민주주의는 평화를 선호하며 평화는 곧 경제 발전으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를 만든다. 이처럼 평화로운 한반도는 땅이고, 경제는 그 땅 위에 피어나는 꽃과 같다. 튼튼한 땅이 있어야 아름다운 꽃을 피울 수 있듯이, 평화로운 일상이 보장될 때 우리 경제도 비로소 활짝 꽃피울 수 있다.

**신뢰 구축을 통한 긴장 완화, 이제 접경 지역에도 일상의 평화가**

남북 관계 개선을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신뢰 구축’이다. 말만으로는 부족하며, 전단 살포 중단이나 대북 확성기 방송 중단과 같은 구체적인 행동으로 신뢰를 쌓아나가야 한다. 이러한 선제적인 긴장 완화 조치 덕분에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접경 지역에는 일상의 평화가 찾아왔다. 물론 아직 해결해야 할 과제는 많다. 지난 정부의 적대 정책으로 인해 깊어진 불신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인내심을 갖고 차근차근 나아가야 한다. 북한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참전 이후 남쪽을 향한 문을 닫았고, 북미 대화 재개를 위해서는 러시아와 미국의 관계 회복이 선행되어야 하는 복잡한 상황도 고려해야 한다.

**’특수 관계’ 인정하며 ‘흡수 통일’ 추구하지 않아**

이 대통령은 남북 관계를 남북기본합의서 전문에 명시된 ‘통일을 지향하는 과정의 특수 관계’로 정의했다. 이는 두 개 국가의 현실을 인정하면서도 분단 극복이라는 역사적 과제를 잊지 말자는 의미이다. 특히 ‘체제 존중’을 강조하며 “흡수통일을 추구하지 않으며, 모든 적대행위를 중단하겠다”고 선언했다. 이는 남북기본합의서, 6·15, 10·4, 판문점 선언, 9·19 공동선언 등 지금까지의 모든 남북 합의를 관통하는 핵심이다. 이러한 기존 남북 합의 존중은 통일 문제에 대한 국민적 합의와도 맞닿아 있다. ‘특수 관계’라는 개념은 열린 개념으로, 각자의 강조점에 따라 유연하게 해석될 수 있으며, 이는 대한민국의 민주주의 회복력과 같이 다수의 합의를 유지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통일 문제에 있어 분열을 경계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핵 없는 한반도 향한 협력, ‘실용 외교’로 돌파구 모색**

‘핵 없는 한반도’는 우리 모두의 염원이지만, 2019년 하노이 회담 결렬 이후 북한의 핵 능력 고도화와 국제 환경 변화로 인해 협상 환경 조성이 쉽지 않은 과제가 되었다. 남북 관계뿐만 아니라 북한과 미국의 대화를 가능하게 하기 위해서는 국제사회와의 긴밀한 협력이 필수적이다. 현재 북한은 남북 및 북미 대화를 거부하며 북러 관계에서 생존을 모색하고 있지만, 고정된 국제질서는 변화하고 있다. 달라진 상황을 반영하는 새로운 해법 마련을 위해 지난 30년간의 북핵 협상 실패 경험에서 교훈을 얻어야 한다.

한반도 문제의 국제화를 위해서는 외교적 노력이 매우 중요하다. 이 대통령이 한일 관계에 대해 ‘과거를 직시하면서도 미래를 위한 협력’을 강조한 것은 이러한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세계적으로 공급망 혼란과 무역 질서 변동이 심화되는 가운데, 한일 양국의 상생 협력은 불가피한 선택이다. 서로 신뢰를 쌓아간다면 안보 분야에서도 얼마든지 협력할 수 있다.

남북 관계 개선에는 시간이 걸릴 것이다. 9·19 군사 합의 복원을 비롯한 한반도 긴장 완화는 북한에게도 필요하다. 충돌이 없는 소극적 평화는 지금도 가능하지만, 지속 가능한 평화를 위해서는 남북 대화가 반드시 필요하다. 북한이 북방 전략만으로는 지속 가능한 발전을 이루기 어렵기 때문이다. 지금은 복합 위기의 시대이다. 이 위기를 기회로 전환하고 대한민국이 다시 도약하기 위해서는 국내적으로 민주주의의 회복력, 남북 관계에서는 평화의 정착, 그리고 외교적으로는 유연한 실용 외교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 김연철 인제대 교수 / 전 통일부 장관

성균관대에서 북한의 정치경제로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노무현 정부 때 통일부 장관 정책보좌관, 문재인 정부 때 통일연구원 원장, 통일부 장관을 역임했다. 현재 인제대학교 통일학부 교수이며, 한반도평화포럼 이사장을 맡고 있다. 저서로는 <협상의 전략>(2016), <70년의 대화: 새로 읽는 남북관계사>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