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2월 19일

행정 서비스, 이제 어르신들도 쉽게 이용할 수 있어요

무인민원발급기 앞에서 어려움을 겪거나 정부24에서 ‘세대주 확인’에 실패해 행정복지센터를 급히 찾으시는 어르신들을 보며, 조용한 응원의 메시지를 전한다. 천천히 걸어가도 늦지 않으며, 행정 서비스를 받는 일이 생각보다 복잡하지 않다는 것을 알려주고자 한다.

디지털 시대의 빠른 변화 속에서 어르신들이 행정 서비스 이용에 어려움을 겪는 사례가 많다. 김윤서 충주시 주덕읍 행정복지센터 주무관은 민원 현장에서 이러한 모습을 자주 접하며 안타까움을 느낀다고 전했다. 최근 스마트폰을 이용한 모바일 신분증 발급이 시작되었지만, 많은 어르신들이 애플리케이션 설치, 본인 인증, QR코드 촬영 등 익숙하지 않은 절차에 난항을 겪고 있다.

업무 시작 전, 챗GPT와 같은 인공지능(AI) 기술이 업무 시간을 단축시켜 업무를 더욱 수월하게 만들 수 있다는 점에 감탄하기도 했지만, 동시에 민원 현장에서 겪는 어르신들의 어려움을 외면할 수 없었다. 예를 들어, 건강보험자격득실확인서와 같이 특정 기관에서만 발급 가능한 서류를 직접 발급받기 어려운 어르신들은 무인민원발급기 사용에 익숙하지 않아 큰 불편을 겪는다.

행정복지센터 내에 무인민원발급기가 설치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디지털 기기 사용에 어려움을 느끼는 어르신들은 발급기 앞에서 한참을 씨름하는 경우가 많다. 5분이면 끝날 일을 몇 시간 동안 붙잡고 있거나, 복잡한 절차 때문에 시내까지 20분 이상 운전해서 나가야 하는 상황에 놓이기도 한다. 이러한 어르신들의 난감함을 짐작하면 공무원으로서 마음이 편치 않다고 한다.

김 주무관은 스마트폰을 가지고 있음에도 디지털 기기 사용에 어려움을 겪고, 행정기관에 민원을 제기하는 것을 낯설고 어색하게 느끼는 어르신들을 볼 때마다 도움을 줄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게 된다고 밝혔다. 읍행정복지센터 문을 열고 들어서는 어르신들의 어색한 표정과 두리번거리는 걸음걸이를 보며, 마치 ‘기약 없는 마라톤’을 하는 마라토너 같다는 생각을 한다. 디지털 트랙 위에서 빠르게 뛰어가는 젊은 세대 뒤에서, 불편하고 무거운 신발을 신은 듯 망설이는 어르신들의 모습이 그려진다는 것이다.

이러한 디지털 행정의 급속한 확산 시대에 공무원은 어르신들의 ‘페이스 메이커’가 되어야 한다. 마라톤에서 페이스 메이커가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 순간은 주자가 지쳐갈 때처럼, 디지털화된 세상에서 어르신들이 낙오되지 않도록 함께 걸어가야 한다. 기술은 빠르게 발전하지만, 사람의 온기는 기술로 따라잡을 수 없다. 공무원의 역할은 단순히 행정을 처리하는 것을 넘어, 사람과 사람 사이를 잇는 다리가 되는 것이다.

다시 한번, 무인민원발급기 앞에서 씨름하고 정부24에서 ‘세대주 확인’을 하지 못해 행정복지센터에 뛰어오신 어르신들을 보며 조용한 응원을 건넨다. “어르신도 할 수 있다. 처음이 어렵지만, 하다 보면 익숙해진다”는 말과 함께. “나는 이런 걸 못 한다. 아들, 딸이 올 때까지 기다린다”고 말씀하시던 어르신들의 모습이 떠오른다.

무인민원발급기 앞에서 조급해지는 어르신들의 표정을 읽으며, 공무원으로서 당장 할 수 있는 일은 친절하게 기기 사용 방법을 알려드리는 것이다. 하지만 언젠가 어르신들이 급속도로 빠르게 변화하는 세상에 한 걸음 더 천천히 간다고 해도 늦지 않으며, 행정 서비스를 받는 일이 생각보다 복잡하지 않다는 것을 느끼게 되기를 소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