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2월 19일

기업 경쟁력 좌우하는 탄소감축, 2024년부터 더 중요해진다

이제 기업들은 제품 경쟁력을 위해 탄소 배출량 감축에 더욱 신경 써야 하는 시점을 맞이했다. 앞으로 전기차나 철강을 시작으로 다양한 제품과 소재로 기후 변화 대응과 통상 정책이 연계된 규제가 확대될 전망이기 때문이다.

최근 국제 협력이 약화된 상황에서 기후 위기가 심각해지자, 미국과 유럽연합(EU)을 중심으로 기후 변화 대응과 통상 정책을 연계하는 정책들이 경쟁적으로 도입되고 있다. 이러한 흐름에 맞춰 핵심적인 수단은 바로 감축 기술 확보가 될 것이다. 이미 글로벌 기업들은 불확실성 속에서도 에너지 전환 투자 전략을 유지하거나 오히려 더 집중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한국 기업들은 단기적인 규제나 기술 지원에 대한 정책 신호가 명확하지 않은 상황에서 기후 기술 확보를 위한 투자 의사결정을 내려야 하는 어려운 과제에 직면해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기업들은 데이터 기반으로 투자 의사결정을 도울 수 있는 특허 빅데이터를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 또한, 지난해 12월 개최된 제28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8)의 결과에 따른 국내외 후속 조치를 면밀히 살피고, 국가 정책 및 전략 수립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한다.

**기후-통상 연계, 2024년부터 본격화**

지난 30년간 국제사회는 각국의 상황을 고려하여 기후 변화 대응 속도를 자율적으로 조절해왔지만, 이러한 방식으로는 기후 위기에 대한 공동 대응에 성공하지 못했다. 더욱이 미·중 갈등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국제 협력 기반이 약화되면서 기후 위기가 심화되자, 기후 변화 규범의 파편화가 진행되고 있다.

보호무역주의 흐름 속에서 미국과 EU를 중심으로 기후 변화 대응과 통상 정책을 연계하는 움직임이 강화되고 있으며, 이러한 기후-통상 연계의 이행 경과는 2024년부터 더욱 뚜렷하게 가시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2024년부터는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시행으로 인한 투자가 본격화되고, EU 탄소국경조정제도(CBAM)의 보고 의무가 시행될 예정이다. 이 외에도 다양한 기후-통상 연계 관련 법안들이 입법 과정을 거칠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글로벌 흐름 속에서 한국 기업들은 제품의 탄소 배출량을 줄이는 것이 기업 경쟁력과 직결된다는 사실을 명확히 인지해야 한다. 수출 제품의 전체 가치 사슬에서 발생하는 탄소 배출량을 측정하고 줄이기 위한 노력이 필수적이다. 통상에 기후가 연계되면서 기존의 원산지 증명과 더불어 탄소 배출량이 새로운 통상 기준으로 추가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올해 1월부터 시행된 프랑스의 ‘전기차 보조금 개편안’은 전기차 보조금이 자동차 부품 생산 과정과 완성차 조립 과정에서 발생하는 탄소 배출량이 적을수록 유리하게 규정하고 있다. 결국 한국 기업의 상대적인 탈탄소화 속도가 수출 제품의 가격 경쟁력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게 되는 것이다. 앞으로 기후-통상 연계 대상 제품은 전기차나 철강을 넘어 다양한 제품 및 소재로 확대될 것이 분명하다.

**기후 기술 경쟁, 왜 가속화될까?**

기후-통상 연계에 대응하기 위한 가장 중요한 수단은 바로 기후 기술 확보이다. 2022년 5월, 전 세계 29개국 투자 회사 및 에너지 기업 고위 경영자 584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 조사 결과, 향후 18개월 내에 투자할 분야로 ‘탈탄소/저탄소 기술’이 42%로 1위를 차지했다. 이는 글로벌 기업들의 단기 투자 방향이 저탄소 기술로 명확히 향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지난 2~3년간 예상치 못한 전쟁과 글로벌 경기 침체에 대한 위기감 속에서도, 글로벌 기업들은 탄소 중립에 대한 고민을 이어왔다. 2023년 9월, 전 세계 투자 회사 및 에너지 기업 고위 경영자 등 456명을 대상으로 진행된 설문 조사에서 응답자의 90%는 지난 1년간 에너지 전환 전략에 대해 기존 전략에 더 집중하거나 유지했다고 응답했다. 이는 불확실성에도 불구하고 에너지 전환 투자를 유지하거나 늘릴 예정이라는 뜻이다. 이러한 기후 기술 경쟁 가속화에는 세 가지 동인이 있다.

첫째, 기술 가격 하락과 확산의 선순환이다. 태양광 설비 가격은 지난 10년간 10분의 1 수준으로 떨어졌다. 가격이 하락하면 보급이 확산되고, 보급 확산은 규모의 경제를 통해 다시 가격 하락을 유도한다. 2022년 기준 전 세계 신규 발전소 설치 용량의 5분의 4가 재생에너지였으며, 2023년에는 전 세계 재생에너지 신규 설치 용량 510GW 중 태양광이 4분의 3을 차지했다.

둘째, 앞서 언급한 기후-통상 연계의 가시화와 더불어 산업 정책의 확산이다. 글로벌 경제 위기와 국가 간 경쟁 심화 속에서 특정 산업의 정책 목표 달성을 위해 정부의 적극적인 개입이 늘어나고 있다.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이나 EU의 탄소 중립 산업법(NZIA) 등 정부 지원은 탄소 중립에 대한 경제성을 높여 관련 투자를 활성화시킨다.

마지막으로, 새로운 시장을 선점하려는 강한 의지이다. 지난 1월, 세계 최초로 울산에서 1만6200TEU급 메탄올 추진 초대형 컨테이너선의 명명식이 진행되었다. 이는 세계적인 해운 그룹 AP 몰러-머스크(이하 머스크)가 발주한 18척의 초대형 컨테이너선 중 첫 번째 선박이다. 메탄올은 탄소 등 오염 물질 배출을 크게 줄일 수 있는 친환경 선박 연료로, 머스크는 연료 수급의 불확실성에도 불구하고 친환경 해운 시장 선점을 위해 이 비싼 선박을 먼저 발주했다.

**한국 기업의 기후 기술 확보 전략은?**

이러한 글로벌 흐름 속에서 한국은 몇 가지 특수성을 가진다. 기술 가격 측면에서 한국은 전력망이 다른 국가와 연결되지 않아 고립되어 있고, 전력 시장이 개방되지 않아 유연성이 떨어지며, 자연 자원 또한 제한적이다. 따라서 글로벌 가격 하락이 한국 기업들에게 충분히 와 닿지 않을 수 있다.

산업 정책 확산에 대해서도 한국 기업들은 수출 지장을 최소화하려는 방어적 대응에 집중하고 있어, 탄소 중립 투자 활성화로의 연계에는 다소 둔감한 상황이다. 게다가 글로벌 기업의 시장 선점을 위한 투자는 ‘first mover’보다는 ‘fast follower’에 익숙한 한국 기업들에게는 다른 세상의 이야기처럼 느껴질 수 있다.

이러한 여건 하에서 한국 기업들의 탄소 중립 전략에 대한 고민은 더욱 깊어지고 있다. 기업들은 단기적인 규제 및 기술 지원에 대한 정책 신호가 명확하지 않은 상태에서 기후 기술 확보를 위한 투자 의사결정을 해야 하는 어려운 현실에 직면해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데이터 기반으로 투자 의사결정을 도울 수 있는 특허 빅데이터를 활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전체 기술 정보의 80%에 해당하는 특허 데이터(현재 기후 기술 특허 210만 건 이상)를 기반으로 논문이나 전문가 인터뷰 등으로 보완한 특허 빅데이터 분석 결과를 활용하여 의사결정을 보완할 수 있다. 객관적인 데이터를 유망 분야 선정, 핵심 기술 파악, 접목 기술 색인, 기술 벤치마킹, M&A 타겟팅, 기술 가치 평가 등에 활용한다면, 기후 기술 확보를 위한 전략 및 투자 의사결정 시 불확실성을 크게 줄일 수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의 분석에 따르면, 2050년 글로벌 탄소 중립 달성을 위해 필요한 기술 중 35%는 아직 시장에 출시되지 않았거나 시장 경쟁력을 갖추지 않은 기술이다. 재생에너지, 전기화, 에너지 효율, 수소, 탄소 제거 등의 기후 기술 중 1/3이 아직 상용화되지 않았다는 것은, 시장 선점의 기회가 여전히 열려 있음을 의미한다.

**COP28 결과, 한국 정부 정책 및 기업 요구에 영향**

두바이에서 2023년 12월 개최된 제28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8) 결정문에는 198개 당사국들이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용량을 3배 확대하고 에너지 효율성을 2배 개선하는 등,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2019년 대비 43% 감축하고 2050년 탄소 중립을 달성하기 위한 합의 사항이 담겨 있다.

이 결정문에 따라 한국 정부는 2030년 국가 감축 목표 달성 현황을 포함한 격년 투명성 보고서를 2024년까지 제출해야 하며, 이미 제출한 2030년 국가 감축 목표(40%)보다 더 야심 찬 2035년 국가 감축 목표를 2025년까지 유엔에 제출해야 한다.

이러한 약속을 이행하기 위해 한국 정부는 2024년 내에 향후 15년간 에너지 전환의 청사진을 제시할 제11차 전력 수급 기본 계획을 확정해야 한다. 또한, 제4차 배출권 거래제 계획 기간(2026년~2030년) 동안 국내 다배출 기업에 대한 배출 기준과 허용량을 정하는 기본 계획 확정 및 할당 계획 준비도 필요하다. 정부가 1~2년 내에 법령에 따라 수립해야 하는 국가 법정 계획들은 COP28 결정문은 물론, UN에 제출할 국가 감축 목표와의 정합성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따라서 국제사회의 합의는 한국 정부의 정책에 변화를 초래하고, 결과적으로 기업들에 대한 기후 변화 대응 요구 또한 증가시킬 것이다. 이에 한국 기업들은 앞서 언급한 기후-통상 연계 가시화, 기후 기술 경쟁 가속화의 동인, 한국의 특수성과 기업의 기후 기술 확보 방안뿐만 아니라, COP28 결과에 따른 국내외 후속 조치들을 면밀히 모니터링하며 전략을 지속적으로 갱신해야 한다.

더 나아가 국내외 정책 및 전략 형성 과정에 적극적으로 의견을 개진하고, 이해관계자들과의 소통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모호한 정책의 의도를 정확히 파악하고, 민간 실무 현황을 정확히 알지 못하는 정부 및 입법 담당자들과 적극적으로 소통하며, 고객사와 공급망 파트너들과 전략적으로 협력하는 것이 그 어느 때보다도 중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