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보험료 1.48% 인상, 나도 내년 더 많은 보험료 내야 한다

내년부터 건강보험료가 1.48% 인상된다. 이는 준비금이 충분하다는 의견과 미래의 적자 전환이 불가피하다는 주장이 팽팽히 맞선 결과이다. 결국 지금의 건강보험료 동결은 미래 세대에게 큰 부담을 안겨줄 수 있다는 판단하에 보험료 인상이 결정된 것이다.

이러한 건강보험료 인상은 현재 한국의 급격한 진료비 증가 추세와 심화되는 고령화 사회 현상 때문이다. 2013년부터 2023년까지 건강보험 총 진료비는 연평균 8.1%씩 증가해 왔다. 이는 같은 기간 소비자물가 상승률(평균 1.8%)이나 의료비 지출이 많은 미국(2022년 4.1% 증가)과 비교했을 때 매우 높은 수치이다. 또한, 2024년 말 기준 65세 이상 고령 인구는 전체의 20%를 넘어섰으며, 이들이 전체 진료비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있어 고령화가 심화될수록 진료비 부담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정부는 국민들이 필요한 의료 서비스를 적기에 이용할 수 있도록 보장성 강화 정책을 지속적으로 추진해왔다. 암, 심뇌혈관질환, 희귀난치질환 환자의 본인부담금을 줄이는 산정특례, 본인부담 상한제 확대, 비급여 진료의 급여화 등이 대표적이다. 또한, 1회 투여에 19억 8000만 원에 이르는 졸겐스마와 같은 초고가 신약도 급여 대상에 포함되었다.

뿐만 아니라, 필수의료 붕괴를 막기 위한 의료공급 구조개혁에도 상당한 재정이 투입되고 있다. 분만, 소아, 응급 분야에 대한 수가 인상과 상급종합병원 구조 전환(연 3조 3000억 원), 포괄2차병원 지원(연 7000억 원), 필수 특화분야 지원(연 1000억 원 내외) 등 향후 3년간 약 10조 원 규모의 재정이 투입될 예정이다. 어린이병원의 적자를 100% 보전하는 새로운 형태의 시범사업도 진행 중이다. 이러한 정책들은 국민이 필수적인 의료 서비스를 이용하는 데 필요한 불가피한 지출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정책들로 인해 건강보험 지출은 단기적으로 늘어날 수밖에 없으며, 고령화로 인해 장기적으로도 줄어들 가능성은 희박하다. 현재 2024년 건강보험 지출은 97조 3626억 원이며, 준비금은 29조 7221억 원으로 약 3.8개월분의 급여비를 보유하고 있다. 그러나 기획재정부의 장기재정전망에 따르면, 건강보험 재정은 2026년부터 적자로 전환되고 2033년에는 준비금이 모두 소진될 것으로 예측된다. 만약 코로나19와 같은 위기 상황이 다시 발생한다면 건강보험의 정상적인 운영이 어려워질 수 있다.

만약 준비금이 모두 소진된 후에야 보험료를 인상하게 된다면, 그 폭은 현재보다 훨씬 커질 수밖에 없다. 이는 결국 현재의 우리 세대가 미래 세대, 즉 우리 자녀들에게 재정적 부담을 떠넘기는 결과를 초래한다. 미래 세대에게 빈 곳간을 물려줄 수는 없다는 함명일 순천향대학교 보건행정경영학과 교수의 지적처럼, 지금 바로 보험료를 인상하는 것이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선택이다. 준비금이 많다고 해도 수익 증가가 확실하지 않다면, 적극적인 변화와 혁신을 통해 재정 건전성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지금 바로 보험료를 인상하여 미래 세대의 부담을 줄이는 것이 현명한 결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