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2월 21일

장생포의 특별한 맛, 고래고기로 과거를 맛보고 미래를 준비하는 법

장생포의 고래고기 맛집에서 특별한 경험을 할 수 있다. 이곳은 단순히 고기를 먹는 장소를 넘어, 사라진 산업과 생업에 대한 애도와 향수를 담고 있다. 한 점의 고래고기에 담긴 과거를 음미하며 도시의 기억을 되새기고 공동체의 미래를 준비할 수 있는 의미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다.

과거 장생포는 고래의 황금어장이었다. 신라시대부터 고래가 잡혔다는 기록이 있으며, 조선시대에는 동해와 남해가 만나는 지리적 이점과 풍부한 플랑크톤 덕분에 고래들이 새끼를 낳으러 오는 최적의 서식지였다. 깊은 수심과 넓은 항구는 대형 선박의 접안을 용이하게 하여 1970년대에는 전국 최대의 고래 해체, 가공, 유통의 중심지로 번성했다. 당시 장생포는 ‘개가 돈을 물고 다닐 정도’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경제적 번영을 누렸다.

그러나 1986년 국제포경위원회(IWC)의 상업 포경 금지 결정으로 장생포의 고래 산업은 막을 내렸다. 1973년 남양냉동으로 시작해 1993년 세창냉동으로 이어진 냉동 창고들도 경영난으로 문을 닫으며 장생포의 활기는 점차 사그라들었다.

폐허가 된 냉동 창고는 2016년 울산 남구청이 매입하여 주민 의견을 수렴한 뒤, 2021년 ‘장생포문화창고’로 재탄생했다. 이곳은 6층 규모의 건물에 소극장, 녹음실, 연습실, 전시실, 갤러리, 미디어아트 전시관 등을 갖춘 복합 문화 공간으로 변모했다. 어린이를 위한 ‘에어장생’ 체험 프로그램부터 정선, 김홍도, 신윤복 등 조선시대 화가들의 작품을 미디어 아트로 재현한 전시, 신진 작가들의 작품을 만날 수 있는 갤러리까지, 다채로운 볼거리와 즐길 거리를 제공한다.

특히 2층에 마련된 ‘울산공업센터 기공식 기념관’은 울산 산업 발전의 역사를 생생하게 보여준다. 과거 굴뚝 연기로 인한 중금속 중독 질환인 ‘온산병’의 아픔을 겪기도 했지만, 이러한 역사를 통해 교훈을 얻고 더 나은 미래를 준비하는 과정을 엿볼 수 있다.

현재 장생포에서는 과거의 명성을 잇는 고래고기를 맛볼 수 있다. 대부분 밍크고래 등 혼획된 고래만을 합법적으로 유통하며, ‘고래고기는 장생포에서 먹어야 제맛’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귀하고 특별한 음식으로 여겨진다. 12만 원짜리 ‘모둠수육’은 삶은 수육과 생회가 어우러져 나오는데, 쇠고기와 유사한 붉은 빛깔의 살코기, 쫄깃한 껍질, 고소한 ‘우네’, 다섯 겹으로 이루어진 ‘오배기’ 등 다양한 부위에서 최소 12가지 이상의 다채로운 맛을 경험할 수 있다. 부모님 세대에게는 부산에서의 좋지 않은 기억이 있었지만, 이곳의 고래고기는 신선함과 적절한 기름기로 인해 쫄깃하면서도 부드러운 식감을 자랑하며, 소금, 초고추장, 고추냉이 간장 등 다양한 소스와 함께 즐기면 더욱 풍성한 맛을 느낄 수 있다.

장생포의 고래요릿집은 단순한 식사 장소가 아니다. 이곳은 사라진 고래 산업과 포경선에 대한 향수를 느끼며 과거를 애도하고 회상하는 의례와도 같다. 고래로 꿈을 꾸었던 어부들, 고래고기로 단백질을 보충했던 이들, 그리고 한강의 기적을 일군 산업 역군들을 기리는 문화적 지층이 살아 숨 쉬는 곳이다. 장생포의 고래는 사라졌지만, 고래고기는 사라지지 않고 우리에게 과거의 시간과 도시의 기억, 그리고 공동체의 내일을 준비하는 영감을 선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