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02월 09일

한미 무역협상, 15% 관세 혜택 얻고 ‘체스판 말’ 된 한국의 미래

한미 무역협상이 7월 31일 극적으로 타결되면서 한국은 일본, EU 등 핵심 동맹 제조국과 동등한 상호관세 15%, 자동차 품목관세 15%의 혜택을 얻게 되었다. 특히 미국이 절실히 필요로 했던 조선 협력을 협상 레버리지로 활용한 점이 주효했다. 또한, 경쟁국에 비해 추가 개방으로 얻을 이익이 크지 않은 국내 농축산물 시장을 추가 개방하지 않은 점도 긍정적인 부분으로 평가된다.

이번 합의는 시간축에서의 절대 평가, 공간축에서의 상대 평가, 그리고 전지적 트럼프 시점의 평가라는 세 가지 기준으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첫째, 한미 FTA 유지 상태와 비교하는 시간축에서의 절대 평가는 상호관세 및 자동차 품목관세 15%라는, 기존 FTA 체제보다 불리한 결과를 가져왔다는 점에서 한국에게는 큰 손실로 볼 수 있다. 더욱이 양국 정상회담에서 비관세장벽 완화, 방위비 분담, 국방비 상향 조정 등 추가적인 요구가 있을 수 있다는 점에서 불확실성이 크다.

둘째, 동시대 공간축에서의 상대 평가는 미국이 한국뿐만 아니라 경쟁국들과도 협상을 진행했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이 기준에서 한국은 일본, EU 등 핵심 동맹 제조국과 동등한 관세 혜택을 확보하며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게 되었다.

셋째, 가장 중요하게 고려해야 할 전지적 트럼프 시점에서의 평가는 이번 합의가 약 40년간 이어진 그의 숙원 사업이자, 미국의 경제안보 동맹 재편의 일환으로 해석된다. 미국은 한국을 일본, EU와 함께 중국 견제를 위한 ‘15% 클럽’에 포함시켰으며, 베트남, 대만, 인도 등을 추가하고 북미 국가들과는 ‘북미요새론’을 구축하며 미중 패권 경쟁의 ‘체스판’을 그리고 있다. 이는 장기적으로 동맹국의 불만을 초래하여 미국의 고립을 심화시킬 위험도 내포하고 있다.

이번 합의는 한미 관계와 세계 질서에 중요한 변곡점을 제시한다. 한국은 이제 미국에 조선, 반도체 등 제공할 것이 많은 나라, 즉 ‘15% 클럽’ 회원으로서 ‘한미동맹 2.0’ 시대에 진입했다. 냉혹한 현실 속에서 한국은 앞으로의 대응 방안을 심도 있게 고민해야 한다.

단기적으로는 곧 개최될 한미 정상회담에서 미국의 추가 요구를 최소화하고, 이번 합의의 불확실성을 줄이는 것이 시급하다. 중기적으로는 미국 내 관세 전쟁 향배와 트럼프 당선에 영향을 미칠 인플레이션 악화 여부를 주시해야 한다. 또한, 관세 부과 전 쌓아둔 수입품 재고가 소진되는 8월 말 이후 예상되는 물가 상승에 대비하여, 한미 FTA에 따른 경쟁 우위를 상실한 산업계에 대한 다각적인 지원책 마련이 필요하다. 내년 상반기까지 ‘국제긴급경제권한법(IEEPA)’의 운명 또한 지켜보며, 위헌 판결 시 상호관세 환급 및 재협상 가능성에 대한 대비도 철저히 해야 한다.

장기적으로는 한국의 ‘15% 클럽’ 가입이 향후 대중 제조 경쟁력 확보에 필수적인 방파제 역할을 할 것이다. 그러나 ‘공짜 점심’은 없다. 앞으로 한국은 미국의 ‘부자 동맹’으로서 안보 비용 분담, 주한미군 및 한국군 역할 변경 등 ‘공정한 비용 분담’ 압박에 직면할 것이다. 이에 한국은 경제안보 전략을 수립하고 예측 불가능한 한미 관계에 원칙 있고 능동적으로 대응해야 한다.

핵심 제조업의 과도한 대미 투자가 국내 산업 공동화를 초래하지 않도록, AI, ICT, 그린 기술과 접목한 국내 제조혁신 생태계 구축에 사활을 걸어야 한다. 수출 시장 다각화와 함께 대외 의존적인 경제 체질 개선을 위해 내수 진작과 남북 경제협력을 통한 내수 시장 외연 확대도 병행해야 한다. ‘15% 클럽’ 안에서는 강대국에 대한 전략적 자율성 확보를 위한 경제안보 협력에 나서고, ‘15% 클럽’ 밖에서는 규범 기반 다자무역 질서 복원에 힘쓰며 포용적 자유무역을 지향해야 한다. 이러한 경제안보 전략 추진을 위해 대통령실, 정부, 국회, 산업계, 시민사회가 총력 대응 체계를 강화해야 하며, 이는 한국의 미래가 달린 중요한 과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