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2월 20일

이재명 정부 실용외교, 일본·미국 신뢰 얻어…한미일 협력 기대

이재명 대통령의 실용외교가 일본과 미국으로부터 긍정적인 평가를 받으며 한미일 3자 협력에 대한 지지가 확산되고 있다. 이는 이재명 정부가 이데올로기에 얽매이지 않는다는 이미지를 굳히고, 한국 정부의 실용외교가 지역 협력과 안정에 실질적으로 기여할 것이라는 신뢰를 얻은 결과다.

이재명 대통령은 취임 후 다가오는 23~24일 일본을 방문해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와 정상회담을 갖고, 이후 25일 미국 워싱턴으로 이동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한미 정상회담을 가질 예정이다. 이번 한일 및 한미 정상회담은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정국 속에서 6월 대선 승리 후 인수위원회 없이 바로 임기를 시작한 이재명 정부의 향후 5년간 대외 정책 기조를 설정하고, 한국 외교의 미래 환경과 전략을 결정하는 데 중요한 변곡점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재명 대통령 취임 이후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정상회의에서도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만남이 이루어지지 않아 한미 정상회담이 지연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기도 했다. 하지만 지난 7월 말 한미 관세협상이 타결되고 양국 정상 간 만남이 성사된 것은 한국 외교·안보에 있어 매우 다행스러운 일로 평가된다.

이번 2차례의 정상회담에서 이재명 대통령의 가장 중요한 과제는 한국 정부의 실용외교에 대해 일본과 미국으로부터 신뢰를 확보하는 것이다. 이재명 대통령의 대선 승리를 다룬 미국 언론들은 초기 그를 친중 좌파 지도자로 묘사하기도 했다. 미국 백악관과 국무부는 한국 대선에 대해 공식 논평을 내지 않았으며, 백악관의 이메일 메시지에는 중국의 전 세계 민주주의에 대한 간섭 우려가 강조되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역시 한미 관세협상 타결 이후에야 당선 축하 메시지를 전달했다.

이러한 일방적인 좌파 성향의 친중 정권 묘사는 이재명 정부에게 부당하고 억울한 측면이 있다. 하지만 이는 동시에 미국 트럼프 정부와 미국인들이 미중 전략적 패권 경쟁을 얼마나 심각하게 여기고 위기감을 느끼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미국의 이러한 위기의식은 한국 외교에 있어 전략적 부담이면서도 소중한 자산이 될 수 있다. 이번 한미 정상회담에서 미국은 대중 견제에 한국의 보다 적극적인 참여와 기여를 요구할 것으로 예상된다. 동시에 한국의 참여와 협조 없이는 트럼프 정부가 추진하는 미국의 제조업 부활과 인도태평양 전략의 성공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점이 분명하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만나는 자리에서 이재명 대통령은 한미동맹의 현대화,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통상 협력, 인도·태평양 전략 공조 방안 등을 논의하며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ke America Great Again, MAGA)’ 만들고자 하는 트럼프 정부의 노력에 한국이 어떻게, 그리고 얼마나 크게 기여할 수 있는지를 효과적으로 설명해야 한다.

이시바 시게루 일본 정부는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올해가 한일 국교 정상화 60주년임을 강조하며 민간을 포함한 한일 교류 및 협력 활성화 의지를 지속적으로 표명해왔다. 이재명 대통령 역시 이러한 일본의 입장에 긍정적으로 반응하며, 직접 편지를 보내 이시바 정부의 노력에 사의를 표했고, 미국 방문에 앞서 일본을 먼저 방문하는 결정을 내렸다.

이를 통해 이재명 정부는 양국 간 미래지향적 협력의 발판을 다지고, 한일 및 한미일 공조 강화 방안뿐만 아니라 역내 평화와 안정, 지역 및 글로벌 이슈에 대해서도 일본과 협력할 것임을 분명히 했다. 이러한 행보는 미국 정계에서 ‘매우 전략적이고 탁월하다’는 평가를 받으며 한미일 3자 협력에 대한 강한 지지를 이끌어냈다. 또한, 이재명 정부가 이데올로기에 사로잡힌 반일·친중 정권이 아니라는 이미지를 굳히고, 한국 정부의 실용외교가 지역 협력과 안정에 실질적으로 기여할 것이라는 신뢰를 확산시키는 계기가 되었다.

과거 2003년 5월, 노무현 대통령은 취임 5개월 만에 미국 조지 부시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가졌다. 당시 미국은 노무현 정부가 반미·친중 정권이 아닌지에 대한 우려와 함께, 한국의 글로벌 반테러 캠페인 및 이라크 전쟁 참여를 요구하고 있었다. 여러 우려에도 불구하고, 양국 정상은 한국의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 파병 결정, 그리고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추진 등 주요 현안에 대해 생산적인 합의를 이끌어냈다.

우려 속에 진행되었던 과거와 마찬가지로, 이번 한미 정상회담 역시 양국 지도자의 결단과 지혜를 통해 합리적이고 생산적인 결과를 도출해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