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2월 20일

아이 낳기 좋은 도시, 나도 혜택 누릴 수 있다! ‘생활 편의’ 개선으로 양육 부담 줄어든다

최근 1년 사이 출생아와 혼인이 10개월 연속 증가하며 33년 만에 반가운 반등이 이어지고 있다. 2025년 4월에는 출생아가 2만 717명(8.7% 증가)으로, 혼인은 1만 8921건(4.9% 증가)으로 나타났다. 특히 30~34세 여성의 출산율이 34년 만에 최대 폭으로 증가하며 결혼과 출산이 다시 활발해지는 신호가 감지된다. 하지만 이러한 긍적적인 흐름이 지속되기 위해서는 부모들이 일상에서 “아이를 낳길 잘했다”라고 느낄 수 있도록 양육 친화적인 인프라 구축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작은 불편함이 쌓이면 언제든 통계의 상승세는 꺾일 수 있기에, 지금이 바로 기본 시설을 촘촘히 갖출 최적의 시기다.

아이를 낳고 기르는 데 필요한 기본적인 편의 시설은 단순한 보육 정책을 넘어선 ‘생활 인권’의 영역이다. 현재 서울시 전체 개방·공중화장실 3708곳 중 기저귀 교환대가 설치된 곳은 1123곳으로 30%에 불과하다. 더욱이 이 중 여성 화장실에만 설치된 곳이 575곳, 남성 화장실에만 있는 곳은 23곳에 그친다. 이는 어린 아이와 함께 외출한 아버지가 기저귀 교환대를 찾지 못해 겪는 불편함, 혹은 변기 위에서 기저귀를 갈아야 하는 어려움으로 이어진다. 또한, 5세 딸과 발레 수업에 참여한 아버지가 남성 탈의실 이용에 대한 민원으로 복도에서 옷을 갈아입혀야 했던 사례처럼, 성평등한 돌봄 환경을 위해서는 성평등한 설비가 먼저 갖춰져야 한다.

정책적인 노력과 함께 인프라 개선도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 올해 국가공무원 남성 육아휴직자 비율이 처음으로 50%를 넘어섰고, 아빠 교육 및 캠프 프로그램에 대한 만족도 또한 평균 4.8점(5점 만점)으로 높게 나타나는 등 아빠들의 육아 참여 의지는 매우 높다. 하지만 2025년에는 가족센터와 같은 공공·위탁 기관들이 예산 삭감과 부족으로 인해 프로그램 기획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특히 기저귀 교환대나 유아 세면대 설치 예산은 ‘부대비’로 분류되어 삭감 대상이 되기 쉽다. 또한, 수도권과 지방, 신도시와 동네 상가 간의 인프라 격차는 ‘아이 키우기 좋은 도시’라는 인식에도 불평등을 야기하는 현실이다.

이미 아버지들은 행동으로 변화를 만들어가고 있다. 아버지 역할, 소통, 놀이 교육 등에 대한 프로그램에 과거보다 30~40%의 높은 자발적 참여율을 보이고 있다. 서울시에서는 2025년 5월 ‘유아차 런’과 6월 ‘탄생응원 서울축제’를 통해 건강한 양육 문화와 탄생의 기쁨을 나누며 새로운 양육 문화의 패러다임을 제시했고, 이는 부모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었다. 또한, 서울시 100인의 아빠단 50가족을 서울대공원 캠핑장에 초청하여 1박 2일간 공동 양육 체험을 진행한 결과, “양육 스트레스가 줄고 관계가 깊어졌다”는 후기가 쏟아지며 더 많은 양육 프로그램에 대한 요구가 증가했다. 이러한 아버지들의 열정을 ‘일상의 편의’로 이어주는 것은 정책 당국의 행동을 통해 증명되어야 할 과제다.

출산율 반등을 지속시키기 위해 지금 당장 갖춰야 할 네 가지 기본 장치가 있다. 첫째, 성평등 인프라의 표준화다. 국공립 시설, 대중교통 환승 거점, 대형 민간 시설에 가족 화장실 설치를 법적으로 의무화하고, 남녀 화장실 모두에 유아 거치대, 교환대, 유아 세면대, 벽면 발판을 같은 비율로 갖추도록 ‘생활 SOC 가이드라인’을 개정해야 한다. 둘째, 아버지 교육 프로그램 예산 증액 및 주말 자녀 동반 프로그램 확대다. 공공·위탁 시설에서 성 평등을 위한 아버지 교육 예산을 늘리고, 자녀 돌봄 프로그램을 확대하며, 시설 및 인프라 개선을 통해 아버지들이 육아에 자연스럽게 참여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 셋째, 문화와 정책의 선순환 구조를 확립하는 것이다. 교육·체험 프로그램에서 얻은 만족도를 인프라 개선 요구로 연결하여 ‘정책 → 행동 → 문화 → 정책’으로 이어지는 순환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돌봄 시민권’ 캠페인을 확산시키는 것이다. 유아차 런, 탄생응원 서울축제와 같은 체험형 행사와 연계하여 ‘아이를 돌보는 사람을 존중하는 문화’를 자연스럽게 확산시키고 인식 개선으로 이어지도록 해야 한다.

출산율 반등은 변화를 만들 수 있다는 희망의 신호지만, 기본적인 인프라가 미비하다면 “출산은 기쁜 일”이라는 메시지는 공허해질 수밖에 없다. 아이를 낳으면 축하받고, 어디서든 편하게 기저귀를 갈 수 있는 도시와 나라. 이러한 기본이 갖춰질 때, 출산율 그래프보다 더 큰 ‘행복지표’가 우리 삶을 채울 것이다. 거창한 구호보다는 화장실의 작은 교환대, 스포츠 시설의 가족 탈의실처럼 눈높이를 맞춘 ‘생활 장치’야말로 이러한 긍정적인 흐름을 지속시킬 열쇠이며, 지금 이 골든타임을 놓치지 말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