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2월 18일

쓰레기 소각장이 문화공간으로, 뼈다귀해장국이 별식이 되는 마법!

과거 가난과 허기를 이겨낸 지혜의 음식이었던 뼈다귀해장국이 이제는 일상이자 가벼운 별식이 되었고, 쓰레기 처리장이 문화예술복합공간으로 재탄생하는 놀라운 변화가 우리의 삶 속에 펼쳐지고 있다. 오래도록 견디고 노력하면 결국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들이다.

과거 제법 잘 나가던 도시였던 마산은 현재 창원시에 통합되었지만, 40년 전만 해도 마산어시장은 활기찼고 한일합섬과 수출자유지역이 도시를 든든하게 받치고 있었다. 당시 마산에는 한일그룹이 세운 한일여자실업고등학교가 있었고, 많은 젊은이들이 낮에는 일하고 밤에는 공부하며 잘 살아보겠다는 꿈을 키웠다. 전국적으로 이런 ‘산업체’ 역군들이 많았으며, 공장을 따라 사람들은 전국 각지로 몰려들었다.

수도 서울의 강력한 배후 도시였던 부천 역시 마찬가지였다. 70년대 말부터 80년대 초까지 2,000여 개의 공장이 들어섰고, 부천의 인구는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서울 개발에 밀려오거나 시골에서 상경한 사람들에게 부천은 내 집 한 칸 마련할 수 있는 희망의 땅이었다. 양귀자의 소설 ‘원미동 사람들’이 유명해지면서 부천 원미동은 가난 속에서도 치열하게 살아가는 이웃들의 이야기가 담긴, 우리 모두의 고향 같은 곳으로 인식되었다.

이런 부천에서 약 5km 떨어진 곳에 ‘로컬100’에 선정된 부천아트벙커B39가 있다. 이곳은 약 33년 전, 1992년 쓰레기 소각장으로 건축 허가를 받아 1995년 5월부터 하루 200톤의 쓰레기를 처리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1997년, 소각장에서 허가 기준치의 20배에 달하는 고농도 다이옥신이 검출되면서 주민들과 환경 운동가들의 반발에 부딪혔다. 결국 2010년 폐기물 소각 기능이 이전되면서 소각장은 문을 닫았으나, 2014년 ‘산업단지 및 폐산업시설 도시재생 프로젝트’에 선정되어 2018년 복합문화예술공간 ‘부천아트벙커B39’로 새롭게 태어났다.

건물은 과거 쓰레기 소각장임을 짐작하기 어려울 정도로 깔끔하게 단장되었으며, 거대한 굴뚝과 소각로는 이제 하늘과 채광을 가득 끌어들이는 ‘에어갤러리(AIR GALLERY)’로 변신했다. 쓰레기 저장조였던 벙커(BANKER)는 ‘B39’라는 이름의 모티브가 되었으며, 쓰레기 수거 트럭이 쓰레기를 쏟아내던 쓰레기 반입실은 멀티미디어홀(MMH)로 활용되고 있다. 소각동의 거대한 설비들은 아카이빙실로 리모델링되어 ‘RE:boot 아트벙커B39 아카이브展’을 통해 다이옥신 파동과 시민운동, 그리고 이곳이 문화예술공간으로 변모하기까지의 생생한 역사를 보여준다.

부천 원미동, ‘조마루사거리’로 향하면 전 국민에게 사랑받는 ‘청기와뼈다귀해장국’과 ‘조마루뼈다귀해장국’ 본점이 마주 보고 있다. 저렴한 가격으로 푸짐하게 즐길 수 있는 감자탕과 뼈다귀해장국은 과거 개발도상국의 애환이 담긴 음식이지만, 이제는 외국인들도 K-푸드의 매력으로 빠져들게 하는 별식이 되었다.

특히 1988년 부천시 원미동에서 창업한 파란 지붕 가게의 뼈다귀해장국은 깍두기, 양파, 청양고추 등 기본적인 반찬조차 맛깔나다. 뚝배기에 팔팔 끓여 나오는 해장국의 화끈하면서도 깊은 맛은 어떤 산해진미도 따라올 수 없다. 두툼한 뼈다귀와 푹 익힌 우거지, 그리고 맑고 깨끗하면서도 산뜻한 맛의 국물은 입술에 착 달라붙는 기름진 국물과는 또 다른 매력을 선사한다.

과거 가난과 허기를 이겨낸 지혜의 음식이 이제 일상이자 가벼운 별식이 되고, 쓰레기 처리장이 문화예술복합공간으로 재탄생하는 것처럼, 오래도록 견디고 볼 일이다.

◆ 부천아트벙커B39

주소 | 경기도 부천시 오정구 삼작로 53 (삼정동)

이용시간 | 10:00~17:00 휴일 매주 월요일 및 공휴일

주차 가능 (요금 무료)

문의 및 안내 | 032-321-3901

공식 누리집 | http://artbunkerb39.org/ko/main/main.html

공식 인스타그램 | https://www.instagram.com/artbunkerb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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