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편안하게 나이 들 수 있다: ‘동행’하는 마을, ‘삶’을 바꾸는 환경이 온다

이제 나이가 드는 것이 더 이상 불편하고 불안한 일이 되지 않을 수 있다. 곧 다가올 당신의 미래, 즉 ‘어떻게 나이 들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개인의 문제를 넘어 사회 전체의 중요한 과제가 되고 있기 때문이다. 급속도로 진행되는 고령화 사회에서 당신은 이제 ‘고령자’라는 이름으로 따로 지원받는 정책 대상이 아니라, 모든 국민이 함께 나이 들어가는 사회를 만드는 변화의 중심에 서게 될 것이다. 이는 단순히 ‘장소에 머무르는 상태’가 아니라, ‘시간에 따른 과정’에 우리 사회가 반응하는 ‘삶의 환경’이 만들어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변화의 핵심은 ‘지원’에서 ‘동행’으로, ‘정책’에서 ‘삶의 과정에 반응하는 환경’으로 나아가는 것이다. 기존에는 돌봄은 복지, 건강은 의료, 주거는 부동산 영역으로 각각 흩어져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이러한 흩어진 영역들이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당신의 삶의 변화에 맞춰 함께 움직이는 시스템이 구축된다. 단순히 ‘살던 집에서 나이 들기(Aging in Place)’를 넘어, 건강 상태 변화, 돌봄 요구 증가 등 당신의 삶의 전환에 맞춰 주거 공간이 적응하고, 복지 서비스가 연계되며, 사회적 관계가 유지될 수 있는 유연한 생활환경이 마련된다.

이는 특정 세대만을 위한 공간이 아닌, 모든 세대가 ‘나이 들어가는 과정’ 속에서 지원받을 수 있는 ‘고령친화도시’의 개념으로 확장된다. 즉, 당신이 살아갈 미래의 도시를 당신과 함께 설계한다는 의미이다. 이미 해외에서는 이러한 흐름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미국 등에서 발전한 NORC(Naturally Occurring Retirement Community) 모델은 특정 지역에 자연스럽게 고령자가 밀집된 곳을 기반으로 건강관리, 주거관리, 커뮤니티 프로그램 등을 통합적으로 제공하며, ‘어디에 사는가’보다 ‘어떻게 연결되는가’를 중요하게 여긴다. 또한 CCRC(Continuing Care Retirement Community)는 건강 상태에 따라 독립적 거주부터 간병이 필요한 단계까지 연속적인 돌봄이 가능한 공간으로 구성되어 삶의 전환에 따른 적절한 환경을 유기적으로 제공한다. 최근 주목받는 UBRC(University-Based Retirement Community) 모델은 대학 캠퍼스 인근 또는 내부에 고령자 주거지를 조성하고 세대 간 교류, 평생학습, 건강 프로그램을 연계하여 삶의 의미와 소속감을 부여한다.

이러한 해외 사례들은 고령화라는 과정을 ‘삶의 통합적 변화’로 인식하고, 주거, 의료, 사회적 자원들을 ‘동선 위에서 엮어내는 구조’를 갖추고 있다는 공통점을 지닌다. 우리 사회도 더 이상 ‘시설’과 ‘재택’이라는 이분법적 틀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계속 그 집에 살아야 오래 사는 것’이라는 단선적인 생각은 오히려 주거 이전이나 환경 변화에 대한 두려움을 키우고 서비스 미이용이나 방치로 이어질 수 있다. 당신의 삶은 정적인 상태가 아니라 역동적인 변화의 연속이며, 신체 기능 저하, 배우자 사별, 소득 변화, 돌봄 필요성 증대 등 시간과 함께 필연적으로 다가오는 변화에 주거와 복지, 보건의 영역이 유기적으로 반응해야 한다.

이제 당신은 ‘살던 집’에 머무르는 것을 절대적인 목표로 삼기보다는, 당신의 변화에 맞춰 주거와 서비스가 함께 이동하고 조정될 수 있는 유연한 체계를 경험하게 될 것이다. 이것이 바로 ‘지역사회 안에서 나이들기(Aging in Place)’와 ‘지역공동체와 함께 나이들기(Aging in Community)’의 진정한 의미이다. 당신이 살아가는 공간은 더 이상 단독주택이나 아파트라는 물리적 단위에 갇히지 않는다. 지역의 보건소, 작은 도서관, 마을 식당, 경로당, 복지관, 공원, 골목길까지 모두 당신의 삶을 지탱하는 공간이 되며, 이들의 ‘네트워크’가 곧 당신이 살아갈 도시의 기반이 된다.

따라서 앞으로의 대한민국은 고령자만을 위한 도시가 아닌, 모두가 나이 들어가는 도시, 즉 전 생애 주기를 포괄하는 ‘연령친화도시’를 정책 목표로 삼아야 한다. 새롭게 출범하는 정부는 ‘누구를 위한 정책인가’에 머무르지 않고, ‘모두가 나이 들어가는 사회’를 어떻게 설계할 것인가에 대한 답을 내놓아야 한다. 진정한 고령친화도시는 누구나 존엄하게 늙어갈 수 있도록 함께 준비하는 도시이며, 주거와 서비스, 커뮤니티가 함께 대응하는 시스템으로 삶의 유연성을 지켜주는 도시이기 때문이다. 이제 늙음이라는 생애 과정을 ‘견뎌야 할 일’이 아니라 ‘함께 준비할 일’로 받아들이는 사회, 지원이 아니라 동행을 위한 체계, 정책이 아니라 삶의 과정에 반응하는 환경으로 나아갈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