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동네가 집으로 변신! 에이지테크로 어르신도 안전하고 존엄하게

이제 집과 동네에서 더 안전하고 당당하게 살아갈 수 있게 됩니다. 고령사회 대한민국에서 어르신이 가장 익숙한 공간에서 존엄을 지키며 살아갈 수 있도록 돕는 ‘에이지테크’라는 새로운 생활 인프라가 우리 곁으로 다가오고 있습니다. 2024년 12월, 우리나라는 이미 초고령사회에 진입했으며, 2072년에는 전체 인구의 절반에 가까운 47.7%가 고령자가 될 것으로 전망됩니다. 베이비부머 세대의 본격적인 고령화와 함께, 어르신들의 주거 환경을 혁신하는 것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중요한 사회적 과제입니다.

대부분의 어르신들은 건강이 허락하는 한 현재 살고 있는 집에서 계속 거주하길 바라며, 건강이 나빠지더라도 익숙한 공간에서 재가 서비스를 받으며 생활을 유지하기를 희망합니다. 이는 ‘지역사회에서 계속 살아가는 것(Aging in Place)’이 어르신들의 삶의 질에 얼마나 중요한지를 명확하게 보여줍니다. 그러나 현재의 주거 복지 시스템은 저소득층이나 시설 중심의 지원에 치우쳐 있어, 중산층이나 다양한 건강 상태를 가진 어르신들에게는 맞춤형 지원이 부족한 실정입니다. 노인복지시설은 전체 고령 인구의 0.22%밖에 수용하지 못하며, 주택, 돌봄, 의료, 복지 서비스가 여러 부처에 나뉘어 제공되어 어르신들의 실제 필요에 맞는 통합적인 지원이 어렵습니다. 특히 중소득층이거나 건강이 좋지 않은 어르신들은 기존 정책의 사각지대에 놓여 안타까움을 더합니다.

이러한 현실적인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한 열쇠로 ‘에이지테크(Age-Tech)’가 주목받고 있습니다. 에이지테크는 ‘노화(Aging)’와 ‘기술(Technology)’의 합성어로, 어르신들이 건강하고 독립적인 노후 생활을 보낼 수 있도록 돕는 다양한 기술과 솔루션을 의미합니다.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스마트홈 기술 등을 활용하여 어르신들의 안전, 건강, 사회 참여, 이동, 정서적 지원 등 일상생활 전반을 돕습니다. 예를 들어, 낙상감지 센서, 원격 건강 모니터링 시스템, 음성으로 조명을 켜고 끄거나 온도를 조절하는 기능, AI 돌봄 로봇 등은 어르신들이 익숙한 집에서 더욱 안전하고 독립적으로 생활할 수 있도록 지원합니다.

이미 국내에서는 통신 빅데이터와 전력 사용 패턴을 분석하여 독거노인의 고독사 위험을 조기에 감지하고 신속하게 대응하는 서비스도 제공되고 있습니다. 해외 사례를 보면, 미국에서는 이미 고령자들이 많이 거주하는 지역을 ‘자연은퇴노인 주거공동체(NORC)’로 지정하여, 해당 지역에 커뮤니티 기반의 복지, 의료, 생활 서비스를 통합적으로 제공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고령친화 주거단지에는 센서 기반 스마트홈, 원격 건강 모니터링, AI 안부 확인 서비스와 같은 에이지테크가 결합되어 어르신들의 안전과 건강을 실시간으로 관리하고 고독사 예방 등 사회적 문제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있습니다. 또한, 미국과 일본 등에서는 대학과 연계하여 중·고소득층을 위한 시니어 레지던스에 온라인 평생교육, 사회 참여 플랫폼, 원격 의료 서비스 등 디지털 기반의 에이지테크를 적용하여 어르신들의 사회적 연결과 평생학습, 건강 관리를 동시에 지원하고 있습니다. 미국퇴직자협회(AARP)는 에이지테크를 활용한 고령친화 주거복지 강화가 어르신들의 자립성과 존엄성을 높이고, 돌봄 인력의 부담을 줄이며, 사회적 연결을 강화하고 고독사를 예방하며, 맞춤형 건강 관리와 의료비 절감에도 효과가 있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우리나라의 초고령사회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고 어르신들의 ‘지역사회 지속거주’라는 바람을 실현하기 위해 에이지테크는 반드시 실제 어르신들의 주거 및 생활 환경에서 실질적으로 작동하고 그 효과를 체감할 수 있어야 진정한 사회적 가치를 인정받고 확산될 수 있습니다. 이를 위해 가장 먼저 필요한 것은 바로 공간 단위의 실증과 리빙랩의 확대입니다. 에이지테크는 실제 주거 공간, 아파트 단지, 마을, 지역사회 등 다양한 공간에서 어르신, 가족, 돌봄 인력 등이 직접 참여하는 ‘리빙랩(Living Lab)’ 방식의 실증을 통해 기술의 사용성과 수용성, 효과성을 검증하고 현장 수요에 맞는 개선이 이루어져야 합니다. 이러한 실증 사업은 대학, 기업, 지자체, 정부 출연 연구기관, 복지 기관 등 다양한 주체가 참여하는 오픈 플랫폼 및 산학 협력 네트워크를 통해 추진되어야 하며, 성공적인 결과는 공공 조달 등 혁신적인 확산 경로와 연계되어야 할 것입니다.

아울러, 지역사회 기반의 통합 지원 체계 구축이 필수적입니다. 어르신들의 일상생활 지원은 단순히 개별 주택이나 시설 중심의 접근을 넘어, 보건, 복지, 의료, 주거, 교통, 여가 등 다양한 서비스가 지역사회 단위에서 통합적으로 연계되어야 합니다. 에이지테크를 활용하여 일상 지원 서비스를 연계하더라도, 정작 지역사회 내에 이러한 서비스들이 통합적으로 갖춰져 있지 않다면 에이지테크의 활용성은 담보되기 어렵습니다. 이를 위해 중앙 정부의 법·제도적 기반 위에서, 지자체의 실행력과 민간의 혁신 역량이 결합된 단계적이고 포용적인 지원 체계가 마련되어야 합니다.

에이지테크에 기반한 어르신들의 건강하고 독립적인 노후 생활 환경 조성은 기술 개발 관련의 산업통상자원부, 생활 환경 조성의 국토교통부, 의료·돌봄 서비스 지원의 보건복지부 등 각 부처별로 개별적으로 추진되는 한계를 넘어서야 합니다. 주택, 복지, 교통, 의료 등 관련 정책과 사업이 공간 단위에서 유기적으로 연계되고 통합될 수 있도록 종합 계획 수립, 복합 사업 추진, 법·제도 연계 강화 등 거버넌스 혁신이 시급히 요구됩니다. 결국 에이지테크는 단순한 기술 개발을 넘어, 어르신들의 자립과 존엄을 실현하는 건축·도시·공간 기반의 ‘생활 인프라’로 인식되어야 합니다. 어르신들이 익숙한 집과 지역에서 안전하고 주체적으로, 그리고 존엄을 지키며 살아갈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야말로 초고령사회 대한민국이 반드시 나아가야 할 정책의 핵심입니다.

에이지테크의 실증은 반드시 어르신들의 실제 생활 공간, 즉 공간 단위에서 이루어져야 하며, 이를 위해 리빙랩과 같은 현장 기반의 실증 사업을 확대하고 지역사회 통합 지원 체계와도 긴밀하게 연계해야 합니다. 어르신 개개인의 다양한 필요와 지역의 특성을 반영한 맞춤형 서비스 연계와 공간 단위의 지원을 통해, 에이지테크가 어르신들의 일상생활 속에서 실질적인 독립과 존엄을 보장하는 핵심 인프라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혁신적인 노력을 집중해야 합니다. 이러한 혁신은 특정 부처나 기관의 노력만으로는 달성하기 어렵고, 범부처·민관 협력과 사회 전체의 깊은 관심과 투자가 뒷받침될 때 비로소 실현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