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2월 21일

초고령사회, 집에서 존엄하게 사는 법: 에이지테크로 당신의 일상이 바뀐다

이제 우리나라에서도 건강하게 집에서 계속 살고 싶은 어르신들의 바람이 더욱 쉽게 이루어질 수 있게 된다. 2024년 12월 초고령사회에 진입한 대한민국에서, 고령자의 자립과 존엄을 지키는 ‘에이지테크’가 단순한 기술을 넘어 우리 삶의 기반이 되는 ‘생활 인프라’로 새롭게 주목받고 있다. 에이지테크는 고령자들이 익숙한 동네에서 안전하고 주체적으로, 그리고 존엄을 지키며 살아갈 수 있도록 돕는 핵심 열쇠가 될 전망이다.

그래서 당신은 무엇을 얻을 수 있을까? 2023년 노인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 노인의 무려 87.2%는 건강이 허락하는 한 현재 살던 집에서 계속 거주하기를 희망하고 있다. 또한, 건강이 악화하더라도 익숙한 공간에서의 삶을 유지하며 재가 서비스를 받는 것을 선호한다. 이는 ‘지역사회 지속거주(Aging in Place)’가 고령자의 삶의 질에 얼마나 중요한지를 명확히 보여준다. 하지만 현재의 주거복지 시스템은 이러한 중산층 및 다양한 건강 상태의 고령자들에게 충분한 맞춤형 지원을 제공하지 못하고 있으며, 부처별로 분절된 서비스는 고령자의 실제 필요에 따른 통합적인 대응을 어렵게 만들고 있다.

에이지테크는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는 해법으로 떠오르고 있다. ‘노화(Aging)’와 ‘기술(Technology)’의 합성어인 에이지테크는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스마트홈 등 첨단 기술을 활용하여 고령자의 안전, 건강, 사회참여, 이동, 정서 지원 등 일상 전반을 지원한다. 예를 들어, 낙상감지 센서와 원격 건강 모니터링, 음성인식 조명, 자동 온도조절, AI 돌봄로봇 등은 고령자가 익숙한 집에서 더욱 안전하고 독립적으로 생활할 수 있도록 돕는다. 실제로 국내 모 통신사업체는 통신 빅데이터와 전력 사용 패턴 분석을 통해 고독사 위험을 조기에 감지하고 즉각적인 대응을 가능하게 하는 서비스를 이미 제공하고 있다.

해외의 사례를 보면, 미국의 경우 ‘자연은퇴노인 주거공동체'(NORC)로 지정된 지역에 커뮤니티 기반의 복지, 의료, 생활 서비스를 결합하고, 여기에 센서 기반 스마트홈, 원격 건강 모니터링, AI 안부 확인 서비스 등의 에이지테크를 결합하여 고령자의 안전과 건강을 실시간으로 관리하며 고독사를 예방하고 있다. 또한, 미국과 일본 등에서는 대학과 연계한 시니어 레지던스에 온라인 평생교육, 사회참여 플랫폼, 원격의료 서비스 등 디지털 기반의 에이지테크를 적용하여 고령자의 사회적 연결과 평생학습, 건강관리를 동시에 지원하고 있다. 이러한 에이지테크 연계 고령친화 주거복지 강화는 고령자의 자립성과 존엄성 강화, 돌봄 인력 부담 완화, 사회적 연결 및 고독사 예방, 맞춤형 건강관리 및 의료비 절감이라는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온다고 미국은퇴자협회(AARP)는 밝히고 있다.

그렇다면 이러한 에이지테크 혜택을 어떻게 받을 수 있을까? 우리나라의 초고령사회 대응과 어르신의 ‘지역사회 지속거주’ 의지 실현을 위해서는 에이지테크가 실제 주거와 생활환경에서 실질적으로 작동하고, 일상에서 체감할 수 있는 효과를 입증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공간 단위의 실증과 리빙랩의 확대이다. 에이지테크는 실제 주거 공간, 아파트 단지, 마을, 지역사회 등 다양한 공간 단위에서 고령자와 가족, 돌봄 인력 등이 직접 참여하는 ‘리빙랩(Living Lab)’ 방식의 실증이 필수적이다. 이를 통해 기술의 사용성, 수용성, 효과성을 검증하고 현장 수요에 맞는 맞춤형 개선이 이루어질 수 있다. 이러한 실증사업은 대학, 기업, 지자체, 정부출연연구기관, 복지기관 등 다양한 주체가 참여하는 오픈플랫폼 및 산학협력 네트워크를 통해 추진될 수 있다.

또한, 지역사회 기반 통합 지원체계 구축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고령자의 일상생활 지원은 개별 주택이나 시설 중심의 접근을 넘어, 보건, 복지, 의료, 주거, 교통, 여가 등 다양한 서비스가 지역사회 단위에서 통합적으로 연계되어야 한다. 에이지테크를 활용하여 일상 지원 서비스를 연계하고자 하더라도, 지역사회 내 연계될 서비스가 통합적으로 갖추어져 있지 않으면 활용성이 떨어질 수 있다. 이를 위해 중앙정부의 법·제도적 기반 위에, 지자체 주도의 실행력과 민간의 혁신 역량이 결합된 단계적·포용적 지원체계가 필요하다.

결론적으로, 에이지테크는 기술 개발(산업통상자원부), 생활환경 조성(국토교통부), 의료·돌봄 서비스 지원(보건복지부) 등 부처별·개별적으로 추진되는 한계를 넘어, 주택, 복지, 교통, 의료 등 관련 정책과 사업이 공간 단위에서 유기적으로 연계·통합되어야 한다. 이를 위한 종합계획 수립, 복합사업 추진, 법제도 연계 강화 등 거버넌스 혁신도 요구된다. 5월 26일(월) 저출산고령화사회위원회가 주관한 ‘에이지테크(Age-Tech) 민관 얼라이언스 착수회의’처럼, 이러한 혁신은 단일 부처나 기관의 노력만으로는 불가능하며, 범부처·민관 협력과 사회 전체의 관심과 투자가 뒷받침될 때 비로소 실현될 수 있다.

궁극적으로 에이지테크는 고령자의 자립과 존엄을 실현하는 건축도시공간 기반의 ‘생활 인프라’로 이해되어야 한다. 어르신이 익숙한 집과 지역에서 안전하게, 주체적으로, 존엄을 지키며 살아갈 수 있도록 하는 것이야말로 초고령사회 대한민국이 지향해야 할 정책의 핵심이다. 어르신 개개인의 다양한 욕구와 지역 특성을 반영한 맞춤형 서비스 연계와 공간 단위 지원을 통해, 에이지테크가 어르신의 일상생활 속에서 실질적인 독립과 존엄을 보장하는 핵심 인프라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혁신적 노력이 집중되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