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2월 20일

‘생태계’ 중심 정책, 이제 당신도 혜택받는다!

정책의 성공과 실패는 곧 ‘생태계’를 제대로 이해하고 정책을 세우는지에 달려있다. 생태계를 고려하지 않은 정책은 결국 시민들에게 실질적인 혜택을 주지 못하고 헛된 결과를 낳을 수 있다. 마치 해가 지면 사람이 살지 않는 유령도시처럼 텅 비어버린 원도심이나, 홀로 남겨진 듯한 혁신도시를 만드는 정책이 이에 해당한다.

미국 정치사에서 ‘경제’를 전면에 내세워 큰 성공을 거둔 사례가 있다. 1992년 미국 대선 당시, 당시 현직 대통령이었던 공화당 조지 부시의 압도적인 인기에 맞서 빌 클린턴 캠프의 전략가 제임스 카빌은 “It’s the economy, stupid(경제야, 바보야)!”라는 구호를 만들어냈다. 당시 미국은 경기 침체와 실업 증가로 어려움을 겪고 있었고, 이 구호는 유권자들의 관심을 국내 경제 문제로 돌리는 데 성공했다. 그 결과, 당시 아칸소 주지사였던 클린턴은 미국 대통령에 당선될 수 있었다. 이는 특정 분야의 ‘생태계’를 제대로 파악하고 이를 정책에 반영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주는 사례다.

생태계가 번성하기 위한 세 가지 핵심 조건이 있다. 첫째는 ‘종 다양성’이다. 다양한 종들이 서로 얽히고 상호작용하며 생태계 전체를 지탱한다. 먹이사슬을 통해 연결되고, 서로의 번식을 돕거나, 죽은 유기물을 분해하고 새로운 생명을 탄생시키는 역할을 한다. 19세기 중반 아일랜드 대기근은 종 다양성이 깨졌을 때 생태계가 얼마나 치명적인 위기를 맞을 수 있는지 보여준다. 단일 품종의 감자에만 의존하던 아일랜드에 감자역병이 창궐하면서 수많은 사람이 굶어 죽는 비극이 발생했다.

둘째는 ‘에너지와 물질의 순환’이다. 생태계는 태양 에너지를 기반으로 식물에서 동물, 그리고 미생물로 이어지는 에너지 흐름을 통해 유지된다. 또한, 죽은 생명체가 분해되어 토양으로 돌아가고 다시 식물에 영양분을 공급하는 물질의 순환 과정 역시 생태계 유지에 필수적이다. 이러한 순환 구조가 단절되면 생태계는 무너질 수밖에 없다.

셋째는 ‘개방성과 연결성’이다. 닫힌 생태계는 유전적 고립으로 인해 취약해진다. 외부와의 유전자(종) 교류는 생태계의 생존과 발전에 반드시 필요하다. 특정 가문 내에서만 짝짓기가 반복될 때 발생하는 ‘근친교배 우울증’이나 ‘합스부르크 증후군’은 폐쇄적인 생태계가 초래하는 필연적인 결과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최근 지방 도시들의 ‘혁신도시’ 건설이나 ‘신도심’ 개발 정책은 이러한 생태계적 관점을 간과한 대표적인 실패 사례로 지적된다. 젊은 부부들이 일자리를 찾아 혁신도시로 발령받더라도 배우자가 취업할 일자리가 없다면, 그 가정이 정착하기는 어렵다. 이는 단순한 ‘이주’를 넘어 ‘정착’을 위한 사회경제적 생태계가 구축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또한, 인구 증가 없이 무분별하게 신도심에 아파트를 짓는 정책은 기존의 ‘원도심’을 유령도시로 만들고 공동화 현상을 심화시키고 있다.

더 나아가, 지방 도시의 청년들이 서울로 향하는 이유 중 하나는 ‘통근 전철’과 같은 편리한 교통망 부족에 있다. 창원에서 부산까지의 거리는 가깝지만, 자동차 없이는 출퇴근이 어려운 현실은 ‘마음의 거리’를 더욱 멀게 한다. 타당성 검토에서 늘 난항을 겪는 통근 전철 사업은 생태계의 필요성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면 해결되기 어려운 문제다.

반도체 산업의 대표적인 사례로 삼성전자가 대만 TSMC에 뒤처지고 있는 현실도 생태계의 중요성을 역설한다. 파운드리 사업은 칩 설계부터 최종 생산까지 여러 전문 기업들의 유기적인 협력이 필수적인 ‘생태계’를 기반으로 한다. IP(지적 재산권) 기업, 디자인 스튜디오, 패키징 및 후공정 업체들과의 긴밀한 협력 없이는 첨단 반도체 생산이 불가능하다. 하지만 삼성전자는 이러한 복잡한 생태계 구축에 실패하고, TSMC의 생태계에 비해 기술력과 협력 관계에서 뒤처지는 결과를 맞았다. 결국, 혼자서 모든 것을 이루려는 노력은 한계가 있으며, 반도체 경쟁은 이미 ‘생태계 전쟁’으로 변모했음을 알아채지 못한 것이다.

결론적으로, 정책의 성공은 결국 ‘생태계’를 얼마나 깊이 이해하고 반영하는지에 달려있다. 생태계의 다양성, 순환, 그리고 개방성을 고려하지 않은 정책은 실패할 수밖에 없으며, 이는 시민들에게 실질적인 혜택을 제공하지 못하는 ‘가짜 정책’으로 전락할 수 있다. 만약 빌 클린턴에게 정책의 핵심을 묻는다면, 그는 아마도 “문제는 생태계야, 바보야!!”라고 답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