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2월 19일

동물실험 없이 환경호르몬 독성 평가, 이제 건국대 연구팀이 길을 열다

동물실험에 의존하지 않고도 환경호르몬의 위험성을 과학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새로운 길이 열렸다. 건국대학교 첨단바이오공학부 도정태 교수 연구팀이 난자나 수정란 없이 줄기세포만으로 만든 ‘인공배반포’를 활용해 환경호르몬 ‘비스페놀 A(BPA)’의 배아 독성을 평가하는 플랫폼 개발에 성공했다. 이번 연구 성과는 환경 분야 국제학술지 Environment International에 게재되었으며, 생물학연구정보센터(BRIC)의 ‘한국을 빛낸 사람들(한빛사)’ 논문으로도 선정되었다.

‘비스페놀 A’는 플라스틱 용기, 식기, 통조림 내부 코팅, 영수증 감열지 등 우리 주변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 물질로, 생식 및 발달 과정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꾸준히 제기되어 왔다. 기존 연구들은 이러한 환경호르몬이 배아와 태아에 미치는 독성을 정확히 평가하기 위해 동물실험을 통해 난자나 수정란을 얻어야 하는 한계가 있었다.

하지만 건국대 연구팀은 이러한 동물실험의 필요성을 완전히 배제했다. 연구팀은 줄기세포만을 이용하여 ‘인공배반포’를 제작하고, 이를 통해 환경호르몬이 배아 발달을 얼마나 저해하는지 분석하는 데 성공했다. 실험 결과, 비스페놀 A는 인공배반포의 형성뿐만 아니라 체외에서의 착상 과정까지 모두 억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비스페놀 A가 세포 내 활성산소(ROS)를 증가시켜 산화 스트레스를 유발하는 것이 주된 원인임을 확인한 결과다. 더 나아가, 연구팀은 항산화제인 글루타치온(GSH)을 처리했을 때 활성산소 증가가 억제되고 배반포 형성 및 착상 효율이 회복되는 사실까지 밝혀냈다.

건국대학교 도정태 교수는 이번 연구가 동물 난자를 사용하지 않고도 초기 배아 발달 단계에서의 독성을 평가할 수 있다는 점에서 윤리적, 과학적으로 큰 의미를 지닌다고 강조했다. 앞으로 이 플랫폼은 환경호르몬뿐만 아니라 다양한 인체 유해 물질에 대한 비임상 독성 평가와 생식독성 연구를 대체할 수 있는 중요한 도구로 발전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번 연구는 환경호르몬 등 유해 물질의 독성 평가를 위한 동물실험 대체 기술 개발의 새로운 전환점으로 평가받고 있으며, 생식의학 및 환경과학 분야 모두에서 폭넓게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주목받고 있다.

이번 연구에는 건국대 첨단바이오공학부의 강유경, 이예지 석사과정생이 공동 제1저자로 참여했으며, 도정태 교수가 교신저자로서 연구를 이끌었다. 이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중견연구자지원사업과 농림식품기술기획평가원 고부가가치식품기술개발사업의 지원을 받아 수행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