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2월 19일

치매 걱정, 이제 국가와 함께! 나도 받을 수 있는 든든한 지원 서비스

“어머니가 집을 나갔다가 길을 잃으신 게 벌써 세 번째입니다. 한밤중에도 주무시다가도 나가십니다.” 서울 동작구 치매안심센터에서 눈시울을 붉히며 호소하는 60대 여성의 안타까운 목소리는 우리 사회가 마주한 ‘치매’라는 무거운 현실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국내 치매 환자는 약 100만 명에 달하며, 2030년에는 150만 명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이러한 고령화 사회의 그늘 속에서 정부는 “치매국가책임제”를 통해 치료비 부담 경감, 돌봄 서비스 확충, 예방 교육 및 프로그램 확대에 힘쓰고 있다. 특히 매년 9월 21일은 ‘치매극복의 날’로 지정되어, 치매에 대한 인식을 높이고 환자와 가족을 위한 사회적 연대를 다짐하는 의미 있는 날이다.

치매 환자와 가족이 가장 먼저 의지할 수 있는 곳은 전국 256곳에 운영 중인 치매안심센터다. 이곳에서는 무료 검진, 인지 재활, 가족 상담, 환자 돌봄 지원 등 종합적인 서비스를 제공한다. 올해부터는 맞춤형 사례 관리 모델이 전국으로 확대되어 생활 방식, 가족 구조, 소득 수준에 따른 세밀한 관리가 가능해졌다. 또한, 센터 내 ‘쉼터’ 운영 대상을 기존 인지지원등급 환자에서 장기요양 5등급 환자까지 넓혀, 24시간 돌봄의 고통을 겪는 보호자들이 잠시나마 휴식을 취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기자 역시 이번 취재 과정에서 치매 관리 체계를 직접 경험하며 초기 관리의 중요성을 절감했다. 심장혈관 질환을 앓고 있는 기자는 외출 시 지갑을 두고 나오거나 휴대품을 챙기지 못하는 일이 잦아지고, 귀가 후 현관 비밀번호가 순간적으로 떠오르지 않는 경험을 했다. 주민센터 간호사 상담 후 받은 1차 인지검사 결과는 애매했지만, 치매안심센터 정밀검사를 통해 ‘경도인지장애 전 단계’ 진단을 받았다. 센터는 관할 병원 진료를 연계했고, 병원에서는 약을 처방받았다. 약 한 달간 복용한 후, 반복되던 깜빡임 증상이 눈에 띄게 줄어들면서 일상의 자유로움을 되찾을 수 있었다. 이 경험은 치매가 작은 건망증 속에서 조용히 다가오며, 초기에 발견하여 제도적 지원망과 연결될 때 충분히 관리 가능한 상태로 유지될 수 있다는 사실을 확인시켜 주었다.

최근 도입된 ‘오늘건강’ 앱 역시 치매 예방 및 관리에 유용한 도구로 활용되고 있다. 약 복용 알림, 인지 퀴즈, 두뇌 훈련, 걸음 수와 수면 패턴 기록 등을 제공하며, 필요시 치매안심센터와 데이터 연동도 가능하다. 복지관을 이용하는 한 70대 어르신은 “앱에서 단어 맞추기를 하다 보니 머리가 맑아지는 느낌”이라고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가족들도 앱을 통해 부모의 건강 상태를 확인하고 이상 징후를 조기에 파악할 수 있어 안심이다. 이 앱은 고령층의 디지털 격차 해소에도 기여하며 삶의 질 향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 다만, 농촌 지역이나 독거노인의 경우 사용에 어려움이 있을 수 있어 교육과 보급이 병행되어야 하는 과제가 남아있다.

치매는 환자보다 가족이 먼저 지쳐 쓰러지는 병으로 불린다. 이에 정부는 치매국가책임제를 통해 가족 지원을 강화하고 있다. 최근 개정된 정책은 치매 치료 관리비 지원 대상을 중위소득 120% 이하에서 140% 이하로 확대했으며, 일부 지자체는 소득 기준을 아예 없애 더 많은 국민이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했다. 또한, 장애인을 위해 설문형 평가 도구를 도입하여 기존 인지검사에 어려움이 있던 이들도 지원받을 수 있게 되었다.

치매의 전조 증상은 다음과 같다. ①기억력 저하 ②시간·장소 지남력 저하 ③언어 능력 저하 ④판단력·집중력 저하 ⑤성격 및 행동 변화 ⑥일상생활 수행의 어려움 ⑦시·공간 지각능력 저하 ⑧물건 관리 문제 ⑨관심사·사회활동 감소 ⑩위생 관리 소홀. 치매는 빨리 치료할수록 병의 발전이 현저히 느려지므로, 최근 기억이 자주 사라지거나 언어·판단력 저하로 일상생활이 불편할 때, 우울·무기력과 성격 변화가 장기간 이어질 때는 조기 검진이 권고된다.

기억을 지키는 일은 곧 삶을 지키는 일이다. 치매는 더 이상 개인과 가족의 고립된 싸움이 아니다. 정부 정책과 치매안심센터, ‘오늘건강’ 앱과 같은 디지털 도구들은 기억과 삶을 지키는 사회적 안전망으로 기능하고 있다. 9월 21일 치매극복의 날은 국민 모두가 치매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하고 서로의 손을 맞잡으며 “치매와도 함께 살아갈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가는 계기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