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2월 20일

치매 걱정 덜어드립니다! 치매안심센터, ‘오늘건강’ 앱으로 더 가까워진 돌봄 혜택

“어머니가 집을 나갔다가 길을 잃으신 게 벌써 세 번째입니다. 한밤중에도 주무시다가도 나가십니다.” 치매로 인한 가족들의 고통은 깊어지고 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이제 치매 걱정을 덜어줄 수 있는 다양한 혜택들이 우리 곁으로 더욱 가까워지고 있다. 전국 256곳에 운영 중인 치매안심센터는 물론, 스마트폰 앱 ‘오늘건강’까지 등장하며 치매 환자와 가족을 위한 사회적 안전망이 더욱 촘촘해지고 있다.

치매, 더 이상 개인이나 가족만의 문제가 아니다.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고령화되는 우리 사회에서 치매는 더 이상 낯선 질병이 아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국내 치매 환자는 약 100만 명에 달하며, 2030년에는 150만 명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치매는 단순히 기억을 잃어가는 질병을 넘어, 한 가정을 송두리째 흔들 수 있는 무거운 현실이다. 이에 정부는 “치매국가책임제”를 통해 치료비 부담 경감, 돌봄 서비스 확충, 예방 교육 및 프로그램 확대에 힘쓰고 있다. 특히 매년 9월 21일은 ‘치매극복의 날’로 지정되어, 치매에 대한 인식을 높이고 환자와 가족을 위한 사회적 연대를 다짐하는 의미를 되새기는 날이다.

가장 가까운 곳에서 만나는 든든한 지원, 치매안심센터. 치매 환자와 가족들이 가장 먼저 찾는 곳은 바로 각 지역에 설치된 치매안심센터다. 현재 전국 256곳에서 운영 중인 센터에서는 무료 검진, 인지 재활, 가족 상담, 환자 돌봄 지원 등 종합적인 서비스를 제공한다. 올해부터는 맞춤형 사례 관리 모델이 전국으로 확대되어, 개개인의 생활 방식, 가족 구조, 소득 수준에 따른 세밀한 관리가 가능해졌다. 또한, 센터 내 ‘쉼터’ 운영 대상이 기존 인지지원등급 환자에서 장기요양 5등급 환자까지 넓혀져, 보호자들은 돌봄 부담에서 잠시나마 벗어날 수 있게 되었다. 이는 24시간 돌봄의 고통을 호소하는 가족들에게 큰 힘이 되는 변화다.

“작은 건망증이 치매의 시작일 수 있다.” 기자 또한 심장혈관 질환을 앓던 중 잦은 건망증을 경험했다. 외출 시 지갑을 두고 나오거나, 현관 비밀번호가 순간적으로 떠오르지 않는 일이 잦아졌다. 주민센터 간호사 상담 후 받은 1차 인지검사 결과는 애매했지만, 치매안심센터 정밀검사를 통해 ‘경도인지장애 전 단계’ 진단을 받았다. 당장은 치매가 아니지만 관리가 필요한 상태였다. 센터의 연계로 병원에서 소견서를 토대로 약을 처방받아 복용한 후, 깜빡임 증상이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이 경험은 치매가 갑작스럽게 찾아오는 병이 아니라, 작은 건망증 속에서 조용히 다가오는 질환임을 일깨워주었다. 초기에 발견하여 제도적 지원망과 연결될 때, 치매는 관리 가능한 상태로 유지될 수 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현장에서 만난 돌봄단 관계자는 “치매 환자에게 음식과 복약에 도움을 주는 단순한 활동이지만, 환자와 가족 모두에게 큰 힘이 된다”고 말하며, 지역 주민들과 함께 ‘치매 안전망 지도’를 만드는 등 돌봄 공백을 줄이는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서울 상도동 돌봄 단장 서유성 씨는 고령화 시대에 몸이 불편하신 어르신들의 시설 부족을 안타까워하며, 더 많은 지원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디지털 시대, 치매 관리도 똑똑하게. 최근 도입된 ‘오늘건강’ 앱은 건강관리와 치매 예방 및 관리의 새로운 도구로 주목받고 있다. 약 복용 알림, 인지 퀴즈와 두뇌 훈련, 걸음 수와 수면 패턴 기록 등 다양한 기능을 제공하며, 필요시 치매안심센터와 데이터 연동도 가능하다. 복지관에서 만난 한 70대 이용자는 “글자를 자주 잊어버려 불안했는데, 앱에서 단어 맞추기를 하다 보니 머리가 맑아지는 느낌”이라며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가족들 역시 앱을 통해 부모님의 건강 상태를 확인하고 이상 징후를 조기에 파악할 수 있어 안심하고 있다. 이 앱은 고령층의 디지털 격차 해소에도 기여하며, ‘기억을 지킨다’는 목표와 맞물려 삶의 질 향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 다만, 농촌 지역이나 독거노인의 경우 사용에 어려움이 있을 수 있어, 교육과 보급이 병행되어야 하는 과제도 남아있다. 치매안심센터 담당자는 “우리 지역에서도 등록 환자가 매년 증가하고 있으며, 조기 검진과 인지 강화 프로그램이 발병 억제에 큰 도움이 된다”고 설명하며, “보호자들의 부담을 덜기 위해 상담·심리 치유 프로그램과 가족 휴식 제도를 강화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가족의 부담을 덜고, 사회가 함께 나눈다. 치매는 환자보다 가족이 먼저 지쳐 쓰러지는 병으로 불릴 만큼, 보호자들의 헌신적인 돌봄은 때로는 개인의 삶을 위협하기도 한다. 정부는 치매국가책임제를 통해 가족 지원을 강화하고 있다. 최근 개정된 정책은 치매 치료 관리비 지원 대상을 중위소득 120% 이하에서 140% 이하로 확대했으며, 일부 지자체는 소득 기준을 아예 없애 더 많은 국민이 치료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또한, 장애인을 위해 설문형 평가 도구를 도입하여 기존 인지 검사에 어려움이 있던 이들을 지원하고 있다. 그럼에도 지역 간 격차는 여전하다. 재정 여력이 부족한 농어촌 지자체에서는 서비스 접근성이 떨어지고 돌봄 인력 부족 문제도 심각한 상황이다. 치매안심센터에서 만난 한 가족은 “예전에는 치매라는 단어조차 꺼내기 힘들었는데, 이제는 사회 전체가 함께 고민하고 해결하려 한다는 사실이 큰 힘이 된다”고 말하며, 치매극복의 날이 치매에 대한 불편한 인식을 줄이고 국민 모두가 함께 연대해야 한다는 필요성을 일깨우는 계기가 되고 있음을 강조했다.

기억력 저하, 시간·장소 혼동, 언어 능력 저하 등 치매의 전조증상은 다양하다. ▲최근 일을 반복해서 묻거나 ▲오늘이 며칠인지, 지금 있는 장소를 혼동하고 ▲단어가 잘 떠오르지 않는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면 조기 검진이 필요하다. 단순 건망증과 달리 치매 전조증상은 힌트를 줘도 기억이 되살아나지 않고, 점차 기능이 저하된다. 치매는 조기에 발견할수록 약물 치료, 인지 재활, 생활 습관 관리 등을 통해 진행을 늦출 수 있다. 따라서 ▲최근 기억이 자주 사라지고 가족이나 지인이 변화를 알아차릴 때 ▲언어·판단력 저하로 대화나 일상생활이 불편할 때 ▲우울·무기력과 성격 변화가 장기간 이어질 때 조기 검진을 받는 것이 권고된다. 치매 예방 골든타임은 12년으로, 빨리 치료할수록 병의 발전이 현저히 느려진다.

기억을 지키는 일은 곧 삶을 지키는 일이다. 치매는 더 이상 개인과 가족의 고립된 싸움이 아니다. 정부 정책과 치매안심센터, ‘오늘건강’ 앱과 같은 디지털 도구들은 기억과 삶을 지키는 사회적 안전망으로 기능하고 있다. 기자가 직접 경험한 경도인지장애 전 단계 관리 과정은 그 사실을 확인시켜 주었다. 치매는 개인이 감당할 수 없는 질환이며, 가족·지역사회·국가가 함께 나서야 극복할 수 있다. 매년 9월 21일 치매극복의 날은 국민 모두가 그 의미를 되새기고 서로의 손을 맞잡는 날이다. 사회적 관심과 국가적 책임이 결합할 때, 우리는 “치매와도 함께 살아갈 수 있는 사회”라는 새로운 가능성을 만들어갈 수 있다. 기억을 지키는 일은 곧 인간다운 삶을 지키는 일이며, 그것이 치매극복의 날이 오늘 우리에게 던지는 가장 큰 메시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