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2월 20일

<케데헌> 혜택, 나도 즐길 수 있다! K-콘텐츠의 새로운 가능성을 열다

<케이팝 데몬 헌터스>(이하 ‘케데헌’)가 전 세계적인 흥행 돌풍을 일으키며 K-콘텐츠의 새로운 지평을 열고 있다. ‘케데헌’은 기존 한류 현상에 차원을 더하며, 애니메이션이라는 장르의 강점을 활용해 한국 문화산업의 글로벌 소통 능력을 극대화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북미 한인 2세 제작진의 참여와 한국 문화의 깊이 있는 서사가 결합되어 이전과는 다른 방식으로 전 세계 시청자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다.

‘케데헌’의 성공 요인은 무엇보다 애니메이션이라는 표현 양식에 있다. 소니의 뛰어난 애니메이션 기술은 캐릭터들의 역동적인 움직임을 생생하게 구현했으며, 제작진은 시청자들이 적극적으로 즐길 수 있는 텍스트 전략과 디테일이 살아있는 일러스트레이션을 효과적으로 활용했다. 또한, 케이팝이 가진 고유한 힘은 ‘케데헌’의 매력을 한층 더 끌어올렸다. 애니메이션은 탈식민적 세계화의 장벽 중 하나인 비서구인의 몸이라는 한계를 뛰어넘게 해준다. 이전까지 케이팝이 아이돌의 아시아성이라는 장벽으로 인해 팬덤 영역에 머무르는 측면이 있었다면, ‘케데헌’의 애니메이션은 이러한 장벽을 낮추거나 완전히 제거해버렸다. 그림으로 표현된 캐릭터들은 인종주의적 복잡함 없이 전 세계 시청자들이 좋아하고 코스프레하기 쉬워졌으며, 이는 현재 버츄얼 아이돌 그룹의 해외 투어가 가능할 정도로 발전한 케이팝 문화 속 캐릭터 문화의 진전을 보여준다.

‘케데헌’은 북미의 한인 2세 정체성을 지닌 원작자와 제작자들이 대거 참여했다는 점에서 애플 TV의 <파친코>와 유사한 지점을 가진다. <파친코>가 3대에 걸친 가족 스토리를 실사 드라마로 풀어냈다면, ‘케데헌’은 한국 문화의 오랜 무당 서사와 케이팝이라는 대중문화를 결합한 애니메이션이다. ‘케데헌’은 세트장에서 촬영된 실사 드라마와 달리, 서울의 상징적인 장소들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서사를 통해 노스텔지어와 호기심을 자극하며 전 세계 여행객들을 서울로 불러들이고 있다. 또한, ‘케데헌’의 반복 시청과 싱어롱 욕구는 그동안 경쟁자가 없었던 디즈니 애니메이션과 삽입곡 시장에 새로운 대안이 등장했음을 시사한다.

케이팝 문화에서 ‘세계관’ 즉, 그룹의 서사는 매우 중요한 요소이다. 서사는 유사해 보이는 케이팝 그룹들에게 변별적인 정체성을 부여하는 동시에, 팬들이 해독해야 할 텍스트를 더욱 풍부하게 만들어 적극적인 팬 활동을 유도한다. 오늘날 가치 지향성이 중요해진 글로벌 문화 환경에서 ‘케데헌’은 인간 세계를 보호하려는 이중 정체성을 가진 주인공들과 함께하는 걸그룹, 보이그룹의 인간적이고 공동체적인 세계관을 통해 이국적이고 매력적인 콘텐츠를 제공한다. 이는 디즈니의 자아 발견 공주 이야기, 일본 애니메이션의 개인 성장형 모험 스토리, DC와 마블 유니버스의 우주 대전쟁 스토리와 비교했을 때 ‘케데헌’만의 차별화된 강점이다.

‘케데헌’은 수많은 프리퀄과 시퀄로 확장될 수 있는 무한한 가능성을 지닌다. 동시대적인 스토리 라인, 예를 들어 헌터스들의 세계 투어 중 로컬 귀마들과 싸우는 이야기는 수많은 로컬 버전을 만들어낼 수 있는 개방된 구조를 가지고 있다. 이러한 형식적, 서사적 가능성 외에도 ‘케데헌’은 한국인 디아스포라와 그들의 역사적 경험이라는 새로운 서사 자원의 존재를 일깨워준다. ‘케데헌’에 북미 한인 2세 제작자들의 독특한 한국 문화 경험과 애정이 녹아 있어, 글로벌과 효과적으로 소통할 수 있는 ‘문화적 중재’가 가능했다. 한국 근현대사의 굴곡은 세계사를 한국인의 경험으로 포괄할 수 있는 광범위한 디아스포라의 역사를 만들어냈다. ‘케데헌’은 이러한 주제를 통해 한류를 넘어 한국의 미래가 한인 디아스포라와 어떻게 연결될 수 있는지에 대한 깊이 있는 탐구를 제안하며, K-콘텐츠가 새로운 세계로 나아가는 문을 열고 있음을 보여준다.

실제로 ‘케데헌’의 인기는 단순한 콘텐츠 소비를 넘어 실물 상품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 공식 굿즈 매장 ‘뮷즈샵’에서 ‘케데헌’과 연관된 까치 호랑이 배지가 품절 사태를 일으켰던 것은 ‘케데헌’ 등 K-콘텐츠의 흥행과 여름방학 시기가 맞물린 결과로 분석된다. 이는 ‘케데헌’이 시청자들에게 문화적 영감을 제공하고, 나아가 한국 문화에 대한 관심과 소비를 촉진하는 중요한 매개체 역할을 하고 있음을 입증한다.

홍석경 서울대 아시아연구소 한류연구센터장은 ‘케데헌’이 글로벌 문화가 로컬을 전용한 성공적인 사례이며, 한국인 디아스포라와 그들의 역사적 경험이라는 새로운 서사 자원의 중요성을 보여주는 계기가 되었다고 평가했다.

– 홍석경 서울대 아시아연구소 한류연구센터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