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03월 30일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 반구천 암각화, 6000년 역사와 예술을 한눈에

이제 누구나 6000년 전 선사인들의 생생한 삶의 기록, 반구천 암각화를 더욱 가깝게 만날 수 있게 되었다. 최근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공식 지정된 반구천 암각화는 선사 시대부터 이어져 온 인류의 예술성과 창의성을 증명하는 독보적인 유적이다. 특히, 사실적인 묘사와 독특한 구도는 당시 한반도에 살았던 사람들의 뛰어난 관찰력과 예술 세계를 고스란히 보여준다.

반구천 암각화는 크게 두 부분으로 나뉜다. 1970년 12월 24일, 울산 언양에서 처음 발견된 천전리 암각화는 청동기 시대 유적으로, 바위 면을 따라 새겨진 620여 점의 각종 도형과 글, 그림이 특징이다. 특히 마름모, 원형과 같은 추상적인 문양과 후대 신라 시대에 새겨진 명문(銘文)이 함께 발견되어 흥미롭다. 그로부터 약 1년 뒤인 1971년 12월 25일, 인근 대곡리에서는 신석기 시대 유적인 대곡리 암각화가 추가로 발견되었다. 이곳에는 새끼 고래를 이끄는 무리, 작살에 맞아 끌려가는 고래의 모습이 생생하게 그려져 있으며, 사슴, 호랑이, 멧돼지 등 다양한 동물과 사냥 장면, 그리고 풍요를 기원하는 듯한 제의(祭儀) 흔적까지 담겨 있다.

이 두 암각화를 합쳐 ‘반구천 암각화’로 불리며, 이번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된 공식 명칭도 ‘반구천 암각화’다. 세계유산위원회는 반구천 암각화를 “선사 시대부터 6000여 년에 걸쳐 지속된 암각화의 전통을 증명하는 독보적인 증거”이자 “선사인의 창의성으로 풀어낸 걸작”이라고 평가하며, 사실성, 예술성, 창의성이라는 키워드를 강조했다. 2010년 잠정목록에 오른 지 15년 만에 세계유산으로서 그 가치를 인정받게 된 것이다.

반구천 암각화는 단순한 그림이 아니다. 6000여 년 전 동해 연안에 살았던 선사인들이 바다에서 고래를 사냥하고, 그들의 삶과 염원을 바위에 새겨 후대에 전하고자 했던 ‘하늘로 띄운 기도’이자 ‘공동체의 삶을 기록한 생활 연대기’다. 이는 프랑스의 라스코 동굴벽화, 스페인의 알타미라 동굴벽화와 견줄 만한 인류 선사 미술의 최고 걸작으로 평가받고 있다.

하지만 반구천 암각화는 지난 수십 년간 수몰 위협과 싸워왔다. 댐 건설로 인해 암각화가 물에 잠겨 훼손되는 아픔을 겪기도 했으며, 때로는 탁본 작업 과정에서 원본이 손상되기도 했다. 최근에는 가뭄 덕분에 암각화가 자주 모습을 드러내고 있지만, 기후 변화와 댐 운영이라는 변수 속에서 언제든 다시 물속에 잠길 위험이 있다. 물속에 있는 유산은 세계유산으로서의 가치를 잃을 수 있으며, 만약 유네스코 등재 이후 보호 및 관리 계획이 부실하다면 등재가 철회될 수도 있다. ‘기적의 현장’이 ‘수몰의 현장’으로 되돌려져서는 안 될 것이다.

이제 반구천 암각화의 진정한 과제는 미래를 향한 보존과 활용이다. 울산시는 ‘고래의 도시’라는 비전 아래 고래 축제 개최 등 꾸준한 노력을 기울여왔다. 앞으로는 암각화를 단순 보존하는 것을 넘어, 체험형 테마공원, 탐방로, 교육 프로그램, 워케이션 공간까지 갖춘 살아 숨 쉬는 문화 공간으로 조성할 계획이다. 또한, AI 기반의 스마트 유산 관리 시스템 구축과 암각화 세계 센터 건립 등 미래 지향적인 전략도 병행될 예정이다. 다만, 이러한 개발 과정에서 관광 인프라라는 명목으로 생태 환경이 훼손되거나 과잉 개발이 이루어진다면, 이는 유산의 본질을 훼손하는 일이 될 수 있으므로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라스코 동굴벽화와 알타미라 동굴벽화의 사례를 참고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이들 역시 관광객 증가로 인한 훼손 문제로 인해 결국 원본 동굴을 폐쇄하고 복제품이나 재현 동굴을 통해 ‘간접 관람’ 방식으로 전환했다. 물론 원본이 주는 ‘아우라’는 대체할 수 없지만, 후대에 온전히 물려주어야 할 책임을 생각할 때, 현대 기술인 3D 스캔, 디지털 프린트, AI 제어 등을 활용한 복제 및 가상 체험 기술은 반구천 암각화의 보존과 전승에 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반구천 암각화에 새겨진 고래의 꿈은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지정되며 다시 한번 세상에 생명을 얻었다. 이제 이 거대한 바위 위에 새겨진 장엄한 서사는 인류와 함께 나누는 귀중한 이야기가 되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