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 시민(고객)이 뭘 얻을 수 있는데?” 당신의 지역은 지금 어떤 변화를 맞이하고 있나요? 우리는 흔히 정책이나 사업이 성공했다고 할 때, 눈에 보이는 결과만을 생각하기 쉽습니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보이지 않는 ‘생태계’의 중요성이 숨어 있습니다. 수혜자 중심 가이드, 이웃뉴스에서 당신이 놓칠 수 있는 핵심적인 정보, 바로 ‘생태계’에 주목해 그 중요성과 시민들이 겪는 현실적인 변화를 집중적으로 짚어봅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세상일 대부분은 고유의 생태계 안에서 돌아갑니다. 생태계를 제대로 살피지 못하는 정책은 결국 시민들에게 실질적인 혜택을 주지 못하는 ‘가짜’ 정책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밤이 되면 으스스한 원도심, 텅 빈 채 적막만이 흐르는 혁신도시가 바로 그 증거입니다. 1992년 빌 클린턴 당시 미국 민주당 대선후보 캠프 벽에 걸렸던 세 가지 메시지, “변화 vs. 현상 유지”, “경제야, 바보야”, “의료보험을 잊지 마라”를 기억하시나요? 당시 경제 침체와 실업 증가로 고통받던 미국 유권자들의 시선을 경제 문제로 돌리며, 클린턴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되는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은 바로 “경제야, 바보야”라는, 유권자들의 실제적인 삶과 직결된 이슈를 파고들었기 때문입니다. 이는 정책 역시 마찬가지로, 시민들이 직접 체감할 수 있는 현실적인 문제, 즉 ‘생태계’를 고려해야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생태계가 번성하기 위해서는 세 가지 핵심 조건이 필요합니다. 첫째, ‘종 다양성’입니다. 서로 다른 다양한 존재들이 얽히고설켜 상호작용하며 생태계 전체를 지탱합니다. 먹이사슬로 연결되거나, 서로의 생존을 돕고, 죽은 유기물을 분해하고 새로운 생명으로 재탄생시키는 과정 모두가 종 다양성을 통해 이루어집니다. 19세기 중반 아일랜드 대기근은 종 다양성이 깨졌을 때 생태계가 얼마나 큰 위기를 맞는지 보여주는 끔찍한 사례입니다. 단 하나의 감자 품종에만 의존하던 아일랜드에서 감자역병이 발생하자, 1845년부터 1852년까지 무려 100만 명이 굶어 죽는 참사가 벌어졌습니다.
둘째, ‘에너지와 물질의 순환’입니다. 태양 에너지가 식물로 전달되고, 이를 동물이 섭취하며, 미생물에 의해 다시 분해되어 토양으로 돌아가는 과정처럼, 끊임없이 순환하는 구조가 생태계를 유지시킵니다. 나무가 쓰러지면 곰팡이와 버섯이 이를 분해하고, 세균이 더 잘게 부수어 토양으로 되돌리는 것처럼, 순환이 멈추면 생태계는 무너질 수밖에 없습니다.
마지막으로, ‘개방성과 연결성’입니다. 닫힌 생태계는 외부와의 유전자(종) 교류가 단절되어 유전적으로 취약해집니다. 외부와의 지속적인 교류는 생태계의 생존과 발전에 필수적입니다. ‘근친교배 우울증’ 또는 ‘합스부르크 증후군’은 닫힌 가문 내에서의 반복적인 짝짓기가 결국 필연적으로 어떤 결과를 가져오는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줍니다.
이러한 생태계의 중요성을 간과한 정책들은 시민들에게 오히려 불편과 고통을 안겨주기도 합니다. 지방을 살린다는 명목으로 허허벌판에 혁신도시를 건설했지만, 젊은 부부의 경우 한 명만 혁신도시로 발령이 나더라도 배우자가 취업할 일자리가 없다면 결국 지방으로 이주하기 어렵습니다. 즉, 가지 못하는 것이 아니라 못 가는 상황이 발생하는 것입니다.
또한, 지방 도시를 살리겠다며 경쟁적으로 신도심을 만들고 아파트를 무분별하게 짓는 경우, 인구 증가 없이 이루어지는 이러한 개발은 기존의 원도심을 유령도시로 만드는 ‘원도심 공동화’라는 심각한 병을 앓게 합니다. 창원에서 부산까지의 직선거리는 50km도 채 되지 않지만, 지역 청년들은 마음의 거리가 500km라고 말합니다. 자동차가 없으면 출퇴근조차 불가능한 현실에서, 청년들이 간절히 바라는 ‘통근 전철’ 사업은 타당성 검토에서 늘 난항을 겪고 있다고 합니다. 이는 생태계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면 늘 겪을 수밖에 없는 필연적인 결과입니다.
최첨단 기술의 집약체인 반도체 산업에서도 이러한 생태계의 중요성은 여실히 드러납니다. 압도적인 1위였던 삼성전자가 대만 TSMC에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 시장에서 뒤처지는 이유 역시 생태계 경쟁에서 밀렸기 때문입니다. 파운드리는 칩 설계부터 IP 기업, 디자인 스튜디오, 그리고 실제 생산하는 파운드리, 마지막으로 패키징과 후공정까지 이어지는 복잡한 생태계를 형성합니다. 삼성전자는 IP 파트너의 수에서 TSMC에 비해 10배 작거나, 패키징 기술에서 10년 뒤처지는 등, 이미 생태계 전쟁으로 바뀐 반도체 경쟁에서 뒤처진 것입니다. 애초에 혼자만의 노력으로는 해결될 수 없는 문제였으며, 생태계 전체를 번성시켰어야 했습니다.
결국, 세상일의 대부분은 각자의 생태계 안에서 돌아가며, 이를 살피지 못하는 정책은 시민들에게 실질적인 혜택을 주지 못하는 ‘가짜’ 정책이 됩니다. 해가 지면 귀신이 나올까 두려운 원도심, 텅 빈 채 적막만이 흐르는 혁신도시는 이러한 정책 실패의 단적인 예입니다. 만약 당시 클린턴에게 “이 문제의 핵심이 무엇인가?”라고 물었다면, 그는 아마 이렇게 답했을 것입니다. “문제는 생태계야, 바보야!!” 당신의 지역과 삶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생태계’의 중요성을 잊지 마세요.
박태웅 녹서포럼 의장은 한빛미디어 이사회 의장을 비롯해 KTH, 엠파스 등 IT 업계에서 오래 활동했으며, 현재 녹서포럼 의장으로 활동 중입니다. IT 산업 발전에 기여한 공로로 2021년 동탑산업훈장을 수훈했습니다. 주요 저서로는 <눈 떠보니 선진국>, <박태웅의 AI 강의> 등이 있습니다.
더 많은 이야기
혁신 중소·벤처기업, 투자받기 쉬워진다… 정부-금융감독원, 협력 체계 구축
벤처천억 기업 985개 달성, 나도 억대 매출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다!
2025년부터 한국 경제 회복, 나도 혜택을 누릴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