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03월 26일
초고령사회, 우리 집과 동네가 곧 최고의 복지 됩니다: 에이지테크로 누리는 존엄한 노후

초고령사회, 우리 집과 동네가 곧 최고의 복지 됩니다: 에이지테크로 누리는 존엄한 노후

이제 대한민국에서 어르신들은 집과 익숙한 동네에서 더 안전하고 존엄하게 살아갈 수 있게 된다. 기술이 아닌, 건축도시공간 기반의 ‘생활 인프라’로서 주목받는 에이지테크(Age-Tech)가 이러한 변화를 이끌어갈 핵심 열쇠가 될 전망이다. 2024년 12월 초고령사회에 진입하고 2072년에는 전체 인구의 절반 가까이가 고령자가 되는 시대, 어르신들의 주거 환경 혁신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중요한 사회적 과제이다.

대부분의 어르신들은 건강이 허락하는 한 현재 살던 집에서 계속 머물기를 희망하며, 건강이 나빠지더라도 익숙한 공간에서 재가 서비스를 받으며 삶을 유지하고 싶어 한다. 이는 ‘지역사회 지속거주(Aging in Place)’가 어르신들의 삶의 질에 얼마나 중요한지를 분명히 보여준다. 하지만 현재 우리나라의 주거복지 시스템은 저소득층과 시설 중심으로 설계되어, 중산층이거나 다양한 건강 상태를 가진 어르신들에 대한 맞춤형 지원이 부족한 실정이다. 또한, 노인복지시설은 전체 고령 인구의 0.22%만을 수용할 수 있으며, 주택과 돌봄, 의료, 복지 서비스가 부처별로 나뉘어 제공되어 어르신들의 실제 필요에 따른 통합적인 지원이 어려운 상황이다. 특히 중소득 또는 허약한 어르신들은 기존 정책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러한 한계를 극복할 대안으로 ‘에이지테크’가 주목받고 있다. 에이지테크는 ‘노화(Aging)’와 ‘기술(Technology)’의 합성어로, 고령자의 건강하고 독립적인 노후 생활을 지원하는 다양한 기술을 의미한다.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스마트홈 등 첨단 기술을 활용하여 어르신들의 안전, 건강, 사회 참여, 이동, 정서 지원 등 일상생활 전반을 돕는다. 예를 들어, 낙상감지 센서, 원격 건강 모니터링, 음성인식 조명, 자동 온도조절, AI 돌봄 로봇 등은 어르신들이 익숙한 집에서 더욱 안전하고 독립적으로 생활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이미 국내의 한 통신사업체는 통신 빅데이터와 전력 사용 패턴을 분석하여 어르신의 고독사 위험을 조기에 감지하고 신속하게 대응하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기도 하다.

해외 사례를 살펴보면, 미국은 저소득 고령자 비율이 높은 공공임대주택 등을 ‘자연은퇴노인 주거공동체(NORC)’로 지정하여, 지역사회 기반의 복지, 의료, 생활 서비스를 결합하는 고령친화 주거단지 모델을 적용하고 있다. 이러한 단지에는 센서 기반 스마트홈, 원격 건강 모니터링, AI 안부 확인 서비스 등 에이지테크가 결합되어 어르신들의 안전과 건강을 실시간으로 관리하고 고독사 예방 등 사회적 문제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또한, 미국과 일본에서는 대학과 연계된 시니어 레지던스에 온라인 평생교육, 사회 참여 플랫폼, 원격의료 서비스 등 디지털 기반의 에이지테크를 적용하여 어르신들의 사회적 연결과 평생학습, 건강관리를 동시에 지원하고 있다. 이러한 에이지테크 연계 강화는 미국퇴직자협회(AARP)에서도 어르신의 자립성과 존엄성 강화, 돌봄 인력 부담 완화, 사회적 연결 및 고독사 예방, 맞춤형 건강관리 및 의료비 절감 등의 효과가 있다고 제시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초고령사회 대응과 어르신들의 ‘지역사회 지속거주’ 의지를 실현하기 위해 강조되는 에이지테크가 실질적인 사회적 가치를 갖기 위해서는 반드시 실제 주거 및 생활환경에서 효과적으로 작동하고 일상에서 체감할 수 있는 성과를 입증해야 한다. 이를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공간 단위의 실증과 ‘리빙랩(Living Lab)’의 확대이다. 에이지테크는 실제 거주 공간, 아파트 단지, 마을, 지역사회 등 다양한 공간에서 어르신, 가족, 돌봄 인력이 직접 참여하는 리빙랩 방식의 실증을 통해 기술의 사용성, 수용성, 효과성을 검증하고 현장 수요에 맞는 맞춤형 개선이 이루어져야 한다. 이러한 실증 사업은 대학, 기업, 지자체, 정부 출연 연구기관, 복지 기관 등 다양한 주체가 참여하는 오픈 플랫폼 및 산학협력 네트워크를 통해 추진되어야 하며, 우수한 성과는 공공조달 등 혁신적인 확산 경로와 연계될 필요가 있다.

더불어 지역사회 기반의 통합 지원 체계 구축이 필수적이다. 어르신들의 일상생활 지원은 개별 주택이나 시설 중심의 접근을 넘어, 보건, 복지, 의료, 주거, 교통, 여가 등 다양한 서비스가 지역사회 단위에서 통합적으로 연계되어야 한다. 에이지테크를 활용하더라도 지역사회 내 연계될 서비스가 통합적으로 갖추어지지 않으면 활용성이 담보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중앙정부의 법·제도적 기반 위에 지자체 주도의 실행력과 민간의 혁신 역량이 결합된 단계적이고 포용적인 지원 체계가 필요하다. 기술 개발 관련 산업통상자원부, 생활환경 조성 관련 국토교통부, 의료·돌봄 서비스 지원 관련 보건복지부 등 부처별로 개별적으로 추진되는 방식을 넘어, 주택, 복지, 교통, 의료 등 관련 정책과 사업이 공간 단위에서 유기적으로 연계·통합되어야 한다. 이를 위한 종합 계획 수립, 복합 사업 추진, 법·제도 연계 강화 등 거버넌스 혁신도 요구되는 상황이다.

결론적으로 에이지테크는 단순한 기술 개발을 넘어, 어르신들의 자립과 존엄을 실현하는 건축도시공간 기반의 ‘생활 인프라’로 이해되어야 한다. 어르신들이 익숙한 집과 지역에서 안전하게, 주체적으로, 존엄을 지키며 살아갈 수 있도록 하는 것이야말로 초고령사회 대한민국이 나아가야 할 정책의 핵심이다. 에이지테크의 실증은 반드시 어르신의 실제 생활 공간에서 이루어져야 하며, 이를 위해 리빙랩 등 현장 기반의 실증 사업을 확대하고 지역사회 통합 지원 체계와 연계해야 한다. 어르신 개개인의 다양한 욕구와 지역 특성을 반영한 맞춤형 서비스 연계와 공간 단위 지원을 통해, 에이지테크가 어르신들의 일상생활 속에서 실질적인 독립과 존엄을 보장하는 핵심 인프라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혁신적인 노력을 집중해야 한다. 이러한 혁신은 단일 부처나 기관의 노력만으로는 불가능하며, 범부처·민관 협력과 사회 전체의 관심과 투자가 뒷받침될 때 비로소 실현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