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2월 20일

추석 명절, 지친 마음에 위로와 웃음을 주는 사노 요코의 이야기

추석 명절을 맞아 고향을 찾거나 명절 음식을 준비하며 분주한 시간을 보내는 당신, 혹시 잠시 쉬어갈 여유를 찾고 있지는 않은가. 그렇다면 일본 작가 사노 요코의 책들이 당신의 마음에 위로와 웃음을 선사할지도 모른다. 사노 요코는 불쾌하면서도 유쾌한 글쓰기로 유명하며, 그의 작품은 삶의 진솔한 모습과 함께 유머를 잃지 않는 태도를 보여준다.

사노 요코는 육십 대 중반에 유방암이 발병했고, 이후 암이 뼈에 재발했지만 항암치료나 연명치료 대신 일상생활을 유지하는 것을 선택했다. 그는 죽음을 앞둔 상황에서도 자신의 상태를 솔직하게 글로 풀어냈으며, 이러한 진솔함이 그의 글을 때로는 불쾌하게 느끼게 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는 좌절하거나 슬퍼하기만 하지 않았다. 시한부 선고를 받은 후에도 재규어 대리점에 들러 차를 구매하고, 한국 드라마 ‘겨울연가’를 보며 ‘욘사마’에게 빠져 남이섬까지 찾아가는 등 삶의 마지막 순간까지 활기찬 모습을 잃지 않았다.

이러한 사노 요코가 삶을 대하는 태도에서 우리는 중요한 교훈을 얻을 수 있다. 그는 마작 채널을 보며 “뻔히 질 줄 알면서도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한다. 포기해서는 안 된다. 도망치는 인생은 비겁하다. 프로는 먼 곳을 바라본다. 패 건너편의 희망을. 인생은 도중에 무엇이 있을지 모른다. 눈앞의 욕망에 달려들어서는 안 된다. 먼 곳의 아름다운 경치를 바라보며 현재를 성실히 살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뻔히 죽을 줄 알면서도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며 비겁하게 포기하거나 도망치지 않았다. 그렇게 현재를 성실히 살아가다가 시한부 선고를 받은 지 삼 년 만에 눈을 감았다.

사노 요코의 글은 기계치였던 그가 육필로 썼기에 현대의 글에서는 느낄 수 없는 자유분방함을 느낄 수 있다. ‘일정한 형식을 따르지 않고 생각나는 대로 쓴 산문 형식의 글’이라는 수필의 정의에 잘 부합하지만, 때로는 두서없이 이야기가 튀어나와 흐름을 놓치기 쉽다는 점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또한 1938년 일본에서 태어난 작가의 이야기이기에 그가 묘사하는 풍경이나 특정 일본 문화에 대한 이해가 부족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양하’가 무엇인지, 정치인 ‘하마다 고이치’는 어떤 모습인지, ‘가루이자와’는 어떤 곳인지 상상하기 어려울 수 있다.

이러한 어려움을 겪는 독자에게는 ‘요코 씨의 말’을 추천한다. 일본 공영 방송 NHK에서 사노 요코의 작품 중 핵심 문장을 엄선하여 ‘기타무라 유카’의 그림과 함께 낭독하는 프로그램을 방영했는데, 이 방송을 책으로 엮은 것이 바로 ‘요코 씨의 말’이다. 이 책은 만화책과 동화책의 중간쯤 되는 구성으로, 글 서너 줄에 그림 하나가 곁들여져 있어 책장이 술술 넘어간다. 아이가 그린 듯 순수하면서도 디테일이 살아있는 그림은 일본의 풍경을 엿볼 수 있게 한다. 특히 ‘사는 게 뭐라고’의 백미인 한류 열풍 에피소드가 실려 있어, 일본인 일러스트레이터의 시각으로 그린 배용준과 최지우의 모습을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이 시리즈는 총 다섯 권에 걸쳐 이어지며, 긴 추석 연휴에 하루 한 권씩 읽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고향 가는 길의 정체, 혹은 명절 음식 준비로 몸과 마음이 지친 당신이라면, 사노 요코의 말을 떠올려보자. “도망치는 인생은 비겁하다. 프로는 먼 곳을 바라본다.” 현재를 성실히 살아가며 프로답게 전을 부치고 송편을 빚는다면, 조상께서 당신의 앞날에 복을 내려주실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