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2월 21일

송사리도 ‘냄새’로 짝 찾는다! 수생태계 지키는 환경호르몬 관리, 나에게도 중요해

송사리도 '냄새'로 짝 찾는다! 수생태계 지키는 환경호르몬 관리, 나에게도 중요해

이제 송사리가 짝짓기 상대를 고를 때 냄새, 즉 성호르몬 신호를 이용한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면, 우리 주변 수생태계 건강 상태를 파악하는 데 더 쉽게 다가갈 수 있다. 환경부 소속 국립생물자원관은 수컷 송사리가 암컷 송사리가 내뿜는 성호르몬에 즉각적으로 반응해 짝을 선택하는 현상을 국내에서 처음으로 확인했다. 이 연구 결과는 앞으로 수생태계를 보전하는 데 중요한 과학적 근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그렇다면 송사리는 어떻게 짝을 선택할까? 국립생물자원관 연구진은 2025년에 생물의 행동 특성을 밝히는 연구를 추진하면서, 수컷과 암컷 송사리를 칸막이로 나누어진 수조에 넣어 짝짓기 행동을 관찰했다. 실험 결과, 물은 통하지만 서로를 볼 수 없는 조건에서 수컷 송사리는 성호르몬 수치가 높은 암컷을 불과 20초 만에 알아보고 구애 행동을 시작했다. 하지만 물의 흐름을 막아버리면 이러한 반응이 나타나지 않았다.

우리가 흔히 알기로 물고기들은 화려한 색깔이나 춤과 같은 시각적인 신호에 이끌려 짝을 고르는 경우가 많다. 메기나 칠성장어처럼 시력이 좋지 않은 일부 물고기들이 어두운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냄새로 짝을 찾는 것은 일반적이지만, 눈이 크고 시력이 좋은 송사리가 냄새로 짝을 선택하는 것은 매우 드문 일이다. 이번 실험을 통해 눈이 좋은 송사리 역시 짝짓기 과정에서 성호르몬을 중요한 ‘신호’로 인식한다는 사실이 처음으로 밝혀진 것이다.

이러한 연구 결과는 우리 주변 환경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운다. 기존 연구에서도 에스트로겐과 비슷한 구조를 가진 환경호르몬이 몸 안에 쌓이면, 물고기의 경우 암수 성전환이나 번식력이 떨어져 결국 개체 수가 줄어들 수 있다는 사실이 보고된 바 있다. 이번 송사리 연구는 이러한 환경호르몬이 수생태계의 건강을 얼마나 위협할 수 있는지 명확히 보여주는 또 하나의 증거이다. 환경호르몬은 생물체의 정상적인 호르몬 작용을 방해하여 정자 수를 줄이거나 성별 발달 이상을 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연구 결과는 어류 행동학 분야의 권위 있는 국제 학술지인 ‘피쉬즈(Fishes)’에 이달 중 투고될 예정이다. 국립생물자원관은 이번 연구 성과를 바탕으로 멸종 위기종이나 외래종을 효과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어류가 서로 신호를 주고받는 다양한 방식을 계속해서 규명해 나갈 계획이다. 유호 국립생물자원관장은 “이번 연구는 송사리의 독특한 짝짓기 방식을 밝힐 뿐만 아니라, 환경호르몬이 수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과학적 기반을 제공한다”며, “앞으로도 국민들이 직접 그 변화를 느낄 수 있는 생물다양성 보전 관련 연구를 꾸준히 수행하겠다”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