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보물 된다! 국난 극복 예술부터 휴대용 시계까지, 숨은 가치 찾아드립니다

국가유산청이 13세기 몽고 침입 시기 국난 극복 의지를 담은 「고려 오백나한도」를 비롯해 「세종 비암사 소조아미타여래좌상」, 「유항선생시집」, 「휴대용 앙부일구」를 국가지정문화유산 보물로 지정 예고했다. 이제 이 귀중한 문화유산들을 통해 우리의 과거와 예술적 성취를 더욱 가까이에서 만날 수 있게 되었다.

**국난 극복의 염원을 담은 「고려 오백나한도」, 당신도 볼 수 있습니다**

이번에 보물 지정 예고된 「고려 오백나한도」는 13세기 몽고의 고려 침입이라는 어려운 시기에 국난 극복을 기원하며 제작된 500폭의 오백나한도 중 한 폭이다. 2016년 이미 보물로 지정된 국립중앙박물관 소장 작품과 함께 제작된 것이다. 특히 이번에 예고된 작품은 제329원상주존자를 표현하고 있다. 원상주존자는 석가모니의 가르침을 이어받아 깨달음을 얻은 수많은 수행자, 즉 오백나한 중 한 분을 의미한다.

이 작품은 한 폭에 한 분의 존자를 담는 형식으로, 존자가 너른 바위에 앉아 화면 왼쪽 상단에 있는 용을 올려다보는 모습을 묘사하고 있다. 존자의 얼굴과 자세에서 느껴지는 강인함과 역동성, 능숙하게 사용된 필선, 그리고 자유롭고 다채로운 농담 표현은 이 작품이 뛰어난 화격을 갖추고 있음을 보여준다. 또한 화면 상단 좌우의 화제를 통해 존자의 이름을 명확히 알 수 있으며, 하단 중앙의 화기에는 1235년이라는 제작 연대와 발원자 김희인, 시주자 이혁첨 등의 구체적인 기록이 담겨 있어 고려시대 불화 연구에 귀중한 자료가 된다. 고려 불화 특유의 품격 높은 예술성과 신비로운 종교적 감성을 담고 있으며, 남아 있는 고려 불화 중 조성 시기를 명확히 알 수 있는 작품이라는 점에서 미술사적으로 높은 가치를 지닌다.

**조선 시대 예술성과 기술이 집약된 문화유산, 만나보세요**

「세종 비암사 소조아미타여래좌상」은 비록 조성 발원문이 남아 있지 않아 정확한 제작 시기나 조각승은 알 수 없으나, 얼굴과 이목구비 표현, 신체 비례, 활달한 선묘 등 양식적 특징으로 미루어 16세기 중엽경에 제작된 것으로 추정된다. 이 불상은 나무 뼈대 위에 흙으로 상을 만드는 일반적인 소조불 제작 방식과 달리, 나무로 윤곽까지 만든 후 소량의 흙으로 세부를 완성하는 독특한 기법으로 제작되었다. 양감이 풍부하고 높은 육계와 낮고 넓은 무릎에 비해 장대한 상체를 가진 모습은 다른 조선 전기 불상들과도 유사점을 보인다. 현존하는 16세기 불상 중 희소성이 매우 높으며, 과학적 조사를 통해 제작 기법이 명확히 밝혀져 있어 조선 전기 소조불 연구에 중요한 자료로 평가받는다.

『유항선생시집』은 고려 말 문신이자 문장가였던 한수(1333~1384)의 시집이다. 한수의 시뿐만 아니라 권근의 서문, 이색의 묘지명, 우왕의 교서 등이 함께 수록되어 있어 한수의 생애, 사상, 학문, 인품을 깊이 이해할 수 있는 귀중한 자료이다. 이 책은 1400년(정종 2년)에 금산에서 목판으로 처음 간행되었으며, 이후 여러 차례 재간행되었지만, 지정 예고 대상은 이 중 초간된 목판본이다. 이는 이후 간행된 『유항선생시집』의 원본으로서 형태 서지학적으로 매우 귀중한 자료이다. 14세기 이전 문집에서는 보기 어려운 계선, 흑구, 어미 등의 요소가 등장하며, 개인 문집 간행의 과도기적 상황을 보여주는 중요한 자료로 후대에 지속적인 영향을 끼쳤다고 평가받는다. 현재 동일 판본의 초간본은 국내외에 총 3책만 전해지고 있으며, 그중 단국대학교 석주선기념박물관 소장본은 온전한 구성을 갖추고 있어 내용상 부족함이 없다. 고려시대 문인들의 시문집이 극히 드물고 희소성이 높기에 보물로 지정하여 보호할 가치가 충분하다.

**시간을 측정하는 정교함, 「휴대용 앙부일구」를 직접 만나보세요**

서울역사박물관 소장 「휴대용 앙부일구」는 표면을 반구형으로 오목하게 파고 중심에 영침을 세운 뒤, 나침반을 함께 부착하여 남북을 정확하게 맞추고 시간을 측정하도록 제작되었다. 반구면은 정밀하게 절삭되어 명확한 절기선과 시각선이 제작되었으며, 백동으로 제작된 영침에 은도금을 하는 등 제작 기법이 매우 우수하다. 특히 다수의 해시계를 제작한 진주강씨 가문이 가장 최근에 제작한 해시계로, 밑면에 제작 연대(융희 2년, 1908년)와 제작자(강문수)가 새겨져 있어 과학사적 자료로서의 가치도 높다.

‘앙부일구(仰釜日晷)’는 솥이 하늘을 바라보는 듯한 모습의 해시계라는 뜻으로, 1434년(세종 16) 장영실, 이천, 이순지 등이 왕명을 받아 처음 제작했으며, 이후 조선 말기까지 궁궐, 관공서, 민가에 널리 보급되었다. 해시계는 특정 장소에 설치하는 고정식과 휴대용이 있는데, 이번에 지정 예고된 것은 휴대용 앙부일구이다.

국가유산청은 이번 지정 예고된 문화유산들에 대해 30일간 의견 수렴 및 검토를 거친 후, 문화유산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국가지정문화유산 보물로 최종 지정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우리 문화유산의 숨겨진 가치를 재조명하고 합리적인 지정 제도를 정착시키기 위한 노력을 지속해 나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