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추 농가에 가장 큰 피해를 주는 탄저병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면 주목해야 할 소식이다. 농촌진흥청이 고추 탄저병에 맞서 싸울 새로운 방법을 찾아냈다. 병에 걸린 부위뿐만 아니라 고추 식물 전체가 병에 강해지도록 만드는 신호 전달 경로를 세계 최초로 밝혀낸 것이다. 이 연구는 앞으로 탄저병 저항성이 뛰어난 새로운 고추 품종을 개발하는 데 큰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
이번 연구를 통해 농촌진흥청은 고추의 탄저병 저항성을 높이는 데 ‘살리실산(SA)’이라는 식물 호르몬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살리실산은 식물이 스트레스에 반응하고 병에 저항하는 데 필수적인 역할을 하는 물질이다. 연구진은 탄저병에 강한 고추 품종인 ‘캡시쿰 바카툼(Capsicum baccatum)’을 대상으로 실험했다. 2022년부터 진행된 연구에서 연구진은 탄저병 저항성에 관련된 유전자인 ‘CbAR9’을 발견했으며, 이 유전자가 ‘CbSAHH’라는 단백질과 상호작용한다는 것을 확인했다.
이 두 물질이 만나면 놀라운 일이 벌어진다. 병원균이 고추에 침입하면, 침입 부위에서 ‘메틸살리실산(MeSA)’이라는 물질이 만들어진다. 이 메틸살리실산은 마치 경고 신호처럼 고추 식물의 다른 부분으로 이동하며, 이를 받은 조직들도 탄저병에 대한 저항력을 갖게 되는 것이다. 즉, 식물 전체가 면역력을 갖추게 되는 ‘전체저항성’이라는 현상을 유도하는 원리를 밝혀낸 것이다. 이렇게 되면 고추 탄저병에 대한 고추 식물 자체의 방어 능력이 크게 향상된다.
이러한 획기적인 연구 결과는 식물 분야의 권위 있는 국제 학술지인 ‘Plant Physiology’에 실렸으며, 국내에서도 생물학연구정보센터(BRIC)가 선정하는 ‘한국을 빛내는 사람’으로도 소개되는 영예를 안았다.
농촌진흥청은 이번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메틸살리실산과 비슷한 물질을 이용해 고추의 탄저병 저항성을 높이는 새로운 농약이나, 저항성 유전자를 정확하게 골라낼 수 있는 표지를 개발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탄저병에 강한 고추 신품종을 더 빠르고 효율적으로 육성할 수 있게 될 것이다. 농촌진흥청 디지털육종지원과 권수진 과장은 “이상 기후로 인해 고추 탄저병 피해가 더욱 심해질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새로운 저항성 품종 개발에 필요한 유전자 발굴과 기능 검증 연구가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앞으로도 관련 연구를 지속적으로 수행하여 기후 변화에 잘 적응하는 고추 품종 개발에 기여하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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